"유가 감수하고 이란 돈줄 차단"…트럼프 호르무즈 봉쇄 노림수

이슬라마바드 협상 결렬되자…이란 원유수출 차단·협상력 강화
최대 고객 中도 타격…美 "非이란 항구 오가는 선박은 허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는 무조건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호르무즈해협을 미군이 봉쇄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란과의 평화 협상이 결렬된 직후 나온 조치로, 이란의 원유 수출을 통한 전쟁 자금줄을 차단해 압박을 강화하는 의도로 풀이된다.

12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침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 글을 올려 "세계 최고 수준의 미 해군은 즉시 호르무즈해협을 드나드는 모든 선박에 대한 봉쇄 조치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언젠가는 모든 선박의 출입을 허용할 것이다. 이는 이란은 허용하지 않았던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치는 이란과의 평화 협상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결렬된 후 발표됐다. CNN은 지금까지 이란은 한척당 최대 200만 달러를 받으며 선별 통과시켜 주었고, 결정적으로 이란 원유를 실은 배는 내내 해협 통과를 허용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데이터 분석 회사인 케플러(Kpler)에 따르면, 이란은 3월까지 하루 평균 185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했는데, 이는 이전 3개월보다 하루 약 10만 배럴 증가한 수치다. 그리고 이 돈은 이란 정부와 군사 작전의 주요 자금원이 됐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직후 성명을 내고 동부시간 기준 13일 오전 10시(한국시간 13일 오후 11시)부터 이란의 모든 걸프 지역 항구를 대상으로 봉쇄 작전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란이 아닌 다른 국가를 오고가는 선박의 경우 호르무즈해협 통과를 방해하지 않겠다고 명시해, 트럼프 대통령의 '모든 선박 차단' 발언보다는 한발 물러선 조치로 평가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국제 유가 급등을 막기 위해 이란 유조선의 일부 통과를 묵인해 왔고, 지난 3월에는 유조선에 실린 원유 판매를 임시 허가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란은 브렌트유보다 몇 달러 높은 프리미엄을 붙여 원유를 판매하며 상당한 이익을 얻었다.

미국은 하지만 이제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유가 상승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이란의 자금줄을 끊겠다는 강경한 선택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원유의 최대 수입국이 중국이라는 점에서 중국을 동시에 겨냥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번 2주 휴전에 역할을 해온 중국 정부를 상대로 추가적인 대(對)이란 설득을 압박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국이 이란에 무기 등 군사적 지원을 하는 것이 확인될 경우 5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매우 높은 수준의 관세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달 중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