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 계속 친다는 이스라엘…美·이란 종전협상 최대 걸림돌

이스라엘, 휴전 직전까지 레바논 공격 준비…네타냐후 "휴전에 레바논 제외"
마지못해 휴전 동의한 이스라엘, 진정한 목표는 이란 체제 붕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방미 중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 중 악수를 하고 있다. 2025.04.08 ⓒ AFP=뉴스1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미국과 이란이 2주간의 휴전에 전격 합의했다. 이란을 상대로 미국과 공조해 온 이스라엘은 협상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으나, 휴전을 지지한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이번 전쟁을 이란 정권 붕괴의 결정적 기회로 보고 강공을 펴온 점을 감안할 때, 이스라엘의 휴전 준수가 얼마나 이어질지 회의적인 전망도 있다.

8일(현지시간) 휴전 발표 직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은 첫 성명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공격 2주 중단 결정을 지지한다면서도, "이번 합의에 레바논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성명은 휴전 중재를 맡은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가 엑스(X)를 통해 "이란과 미국, 그리고 동맹국들이 레바논을 포함한 전 지역에서 즉각적인 휴전에 합의했다"고 밝힌 직후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실제 이스라엘의 행보는 휴전과는 거리가 멀었다. 예루살렘포스트에 따르면 휴전 발표 직전까지도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 티레와 샤브리하 지역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리고 헤즈볼라를 겨냥한 대규모 공격을 준비했다. 또한 특공사단을 추가 배치하며 레바논 남부 지상 작전을 오히려 확대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스라엘 고위 관리를 인용해 미국이 2주 휴전 결정을 이스라엘과 "사전에 조율했다"고 보도했는데, 이스라엘의 공격적인 작전 계획은 미국과 이스라엘 사이의 불협화음 내지는 미국의 암묵적 방임을 시사한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그 어느 전임자보다 이스라엘에 관대한 모습을 보여왔다.

앞서 이스라엘 일간지 하욤은 네타냐후 총리가 지난달 30일 미 고위 관리들에게 "미국과 이란 사이의 그 어떤 합의도 이스라엘의 레바논 전쟁을 중단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과의 비공개 회동에서 이 같은 메시지를 직접 전달했다.

해당 매체가 인용한 이스라엘 고위 관계자는 미국 역시 이러한 이스라엘의 입장을 수용한 상태라고 주장하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레바논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하욤은 지난 5일에도 네타냐후 총리가 내각 장관들에게 "미·이란 간의 잠재적 휴전이 이스라엘의 레바논 전투 중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 역시 이 회의에서 레바논 작전의 '최종 목표'는 "모든 군사·정치적 수단을 동원해 헤즈볼라를 완전히 무장 해제시키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18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레바논 베이루트 바슈라 지역의 한 지역이 폐허가 됐다. 레바논 정부는 이날 새벽 이스라엘이 사전 경고 없이 베이루트 도심을 공격해 최소 6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2026.03.18. ⓒ AFP=뉴스1

겉으로 드러난 쟁점은 레바논 전쟁의 중단 여부이지만, 기저에는 이스라엘이 휴전 자체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전날 보도에서 전쟁의 출구를 찾으려는 미국과 달리 이스라엘 지도부의 메시지는 전혀 다르다고 전했다. 이들은 작전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지금이야말로 이란을 압박할 결정적인 순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전직 고위 관리들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현재의 휴전 논의가 성급하다고 판단하며 군사 작전이 최소 한 달은 더 지속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들은 충분한 시간이 주어져야 이란 정권을 결정적으로 약화해, 장기적으로 '정권 붕괴'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러한 기류는 공개적인 메시지에서도 확인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영상 성명을 통해 "이제 예전의 이란도, 예전의 이스라엘도 아니다. 우리는 힘의 균형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선언했다.

에얄 자미르 이스라엘군 총참모장 역시 군 지휘관 회의에서 "우리는 전략적 분기점에 도달했다"며, 작전 마무리 단계가 아닌 정권 약화를 심화시킬 '결정적 단계'에 진입했음을 시사했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의 레바논 작전 강행이 미·이란 협상 궤도를 이탈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측에 제출된 이란의 '10개 항'에는 이란 저항 세력에 대한 전쟁 종료가 포함돼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에서 28년간 근무한 폴 R. 필러는 최근 퀸시 연구소 기고문에서 "이스라엘이 미국의 의사와 무관하게 전쟁을 지속하려는 이유는 명확하다"며 "이란이 지역 내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독자 외교를 펼칠 수 없을 정도로 무력화되길 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에게는 이란 정권이 조금이라도 협조적으로 되는 것이 '승리'지만, 네타냐후에게는 '패배'다. 이스라엘의 진정한 목표는 이란 정권 교체가 아니라 '체제 붕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스라엘에 의해 미국 주도의 평화 합의가 무력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트럼프와 네타냐후의 동맹은 전쟁 시작에는 용이했을지 모르나, 이제는 전쟁 종결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됐다"고 평가했다.

allday3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