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 궤멸' 위협 10시간 후 '2주 휴전'…트럼프 SNS에 휘둘린 세계

트럼프, SNS에 "오늘 밤 문명 하나가 사라질 것" 최후통첩…전 세계 패닉
파키스탄 막후 중재로 마감 90분 전 극적 타결…2주간 협상 국면 돌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뒤로 미국과 이란 국기가 나란히 펼쳐진 모습. 2025.01.15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이란과의 '2주 휴전'을 발표하며 전 세계를 안도하게 했다. 이란을 향해 '문명 궤멸'을 거론하며 세계를 전쟁의 공포로 몰아넣은 지 불과 10시간 30분쯤 지난 후에 벌어진 극적 변화다.

세계를 지옥과 천당 사이에서 흔들어댄 이 사건은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예측 불가능한 벼랑 끝 전술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오전 8시 6분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을 통해 "오늘 밤 하나의 문명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다시는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며 초강경 위협을 날리자 이란 주민들이 전력과 가스 공급 중단에 대비해 캠핑용 스토브와 기름통을 준비하는 등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고 전했다.

게시물이 30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란 관리들은 중재국인 이집트에 '미국 협상단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차단했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가의 금융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를 실시간으로 주시하면서 시장의 급격한 변동성에 대비하는 등 숨 막히는 하루를 보냈다.

기술기업 경영진과 투자자들이 참여한 문자 메시지 대화방에는 우려 섞인 말들이 쏟아졌고, 국방 분야에 대한 투자액이 많아진다면 미국의 인공지능(AI) 붐에 대한 투자 규모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고 WSJ는 전했다.

오전 9시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과 댄 케인 합참의장은 화상 회의에서 이란의 에너지 기반 시설을 포함한 군사 표적 목록을 검토하며 실제 군사행동에 대비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워싱턴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은 상태였다. 일부 유럽 관리들은 전화통화를 주고받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인한 파장에 관해 논의했다.

오전 10시 30분 폭스뉴스 진행자 브렛 바이어는 시청자들에게 "오후 8시가 되면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이란에 대한) 공격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하지만 백악관 내부와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이번 위협이 실제 공격을 하기보다는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벼랑 끝 전술'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최후통첩 당일에도 집권 공화당 후보들의 인디애나 주의회 선거 유세를 지원하는 등 일상적인 업무를 병행하며 여유를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2025.10.13 ⓒ 로이터=뉴스1

오후가 되고 파키스탄이 중재자로 나서면서 국면이 전환되기 시작했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후통첩 시한을 2주 연장해 달라고 공개 요청했고, 이란을 향해서는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라고 촉구했다.

이 제안은 양측 모두에 퇴로를 열어주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내내 백악관에서 참모들과 파키스탄의 중재안을 숙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마감 시한을 불과 1시간 30분 앞둔 저녁 6시 32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하고 즉각적이며 안전하게 개방하는 것에 동의하는 것을 조건으로, 2주간 폭격과 공격을 중단하는 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적 목표는 이미 초과 달성했다"고 자평하면서 이란이 제시한 10개 항 제안이 협상의 토대가 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는 오는 10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미국 대표단과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2주간 휴전에 동의했다고 확인했다.

양측이 전면적인 군사 충돌을 피한 가운데 2주라는 짧은 시간 안에 양측이 항구적인 평화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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