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피했지만 협상 낙관 못해…핵·호르무즈 등 쟁점 타결 험로

트럼프 "쟁점 거의 합의" 낙관론…이란 "美, 10대 요구사항 수용" 기싸움
10일부터 파키스탄서 협상…이스라엘 독자 행동·대리세력 움직임 등도 변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3.26. ⓒ 로이터=뉴스1

(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발발 39일만에(이란 기준·미국 기준으로는 38일만) '2주 휴전'에 합의하면서 종전을 향한 협상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쟁점 대부분이 합의됐다"고 밝히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지만, 최대 쟁점인 핵 프로그램을 비롯해 호르무즈 해협, 제재 해제 등 핵심 쟁점에서 여전히 간극이 큰 상태여서 협상 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제시한 시한을 약 90분 앞둔 7일 오후 6시 30분쯤(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중재 역할을 하는 파키스탄의 요청이 있었다면서,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하고 즉각적이며, 안전한 개방에 동의한다는 조건으로 이란에 대한 폭격과 공격을 2주간 중단하는 데 동의한다"라고 밝혔다.

이란도 파키스탄의 중재에 따라 미국과 2주 휴전 및 호르무즈 해협 개방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2주간 공격 중단 조치는 협상 진전의 결과라기보다, 군사적 확전 위험이 커진 상황에서 양측 모두 한발 물러서며 파국을 피하려 한 성격이 짙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으로부터 받은 10개 항목의 제안이 협상의 기반이 될 것"이라며 "다양한 쟁점 대부분에서 합의가 이루어졌고, 2주간 최종적으로 합의를 완성하고 체결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란이 밝힌 10개 항의 제안은 △미국의 비침략 보장 △핵 프로그램을 위한 우라늄 농축수용 △이란군과 조율하에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된 통과 △친이란 저항 세력에 대한 전쟁 종료 △역내 모든 미군 전투부대 기지 철수 △이란에 전쟁 피해 배상 △모든 제재 해제 및 유엔 결의 종료 △해외 동결 자산 해제 △모든 사항의 강제력 있는 유엔 안보리 결의 승인 등이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는 당장 이날 성명에서 미국이 제재 해제, 핵농축 용인,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인정 등 자국이 요구한 10개 항을 수용했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이란은 오는 10일부터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협상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가장 큰 쟁점은 전쟁 발발 전부터 핵심 사안이었던 핵 프로그램 폐기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그간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전면 중단하고, 기존 농축 우라늄을 외부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이란은 평화적 우라늄 농축 권리는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는 전쟁 이전 협상에서도 오랫동안 접점을 찾지 못한 사안으로, 이번 협상에서도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된다. 만약 트럼프가 주장을 관철하지 못할 경우 전쟁 시작 전과 다를 바 없는 상황이 되고, 이는 '무엇을 위해 이란과 전쟁을 했나'는 거센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경우 미국은 '항행의 자유'를 내세워 즉각적인 해협 개방을 이뤄낸 것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란은 2주 동안 군과의 조율하에 통과를 허용하는 방식임을 밝히고 있어 실제 자유로운 통항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이란이 휴전 기간에도 사실상 호르무즈 통제권을 유지하려는 분위기인 만큼 해협을 둘러싼 긴장감이 협상 진전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미국과 이란 간 2주 휴전 계획에는 이란과 오만이 공동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AP통신이 역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란은 이렇게 거둔 자금을 재건 비용으로 사용하려는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8일 자정 직후 다시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휴전과 관련해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의 교통량 증가를 도울 것"이라고 밝힌 점도 역설적으로 이번 휴전이 즉각적이고 완전한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드러냈다는 시각도 있다.

아울러 후티 반군과 헤즈볼라 등 이란의 지원을 받는 대리 세력 문제를 두고도 양측이 쉽게 접점을 찾지 못할 수 있다. 특히 이들 세력이 휴전 기간 중 독자적인 군사 행동을 벌일 경우 휴전 합의가 쉽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잠재적 불안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번 휴전 합의에 마지못해 동의한 것으로 파악되는 이스라엘의 행동도 협상 기간 중 변수가 될 수 있다. 파키스탄 총리의 '레바논' 언급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총리실은 벌써부터 "레바논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은 이번 휴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혀 레바논을 상대로 한 공격이 지속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때문에 전쟁이 더욱 장기화할 경우 지게 될 재정적 부담과 미군 피해를 감안해 이란과의 협상 타결 가능성이 적음에도 트럼프가 한 발 물러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F-15E 전투기 격추와 후속 구조 작전 과정에서 미군 자산이 추가로 피격된 사실은, 이란 영공 내 작전이 여전히 높은 위험을 동반한다는 점을 보여줬다.

결국 이번 2주간 휴전 이후 실제로는 협상이 진지하게 진행되지 않은 채, 오히려 이란 체제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각자 승리를 선언한 채 매듭지어질 수도 있다.

미 공화당과 민주당 행정부를 모두 거치며 중동 협상을 담당해 온 아론 데이비드 밀러는 워싱턴포스트(WP)에 "만약 이 2주간의 휴전이 실제 진지한 협상으로 이어진다면, 한가지는 분명하다"며 "협상할수록 결국 상황은 예전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결국 지금 상황은 세계 최강 군사력을 가진 미국을 상대로도 이란의 억압적 정권이 살아남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가운데)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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