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국에 패권 뺏긴 대통령으로 기록될 수도[시나쿨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세계 패권의 역사는 에너지 패권과 정확히 일치한다.

기계가 발명되기 전까지 주요 동력은 인력이었다. 세계 최대 인구국 중국이 단연 패권국이었다. 중세 시대 유럽인들은 중국의 도자기와 비단에 열광했다.

증기 기관이 발명되자 석탄을 장악했던 영국이 세계 패권을 잡았다.

이후 미국은 석유를 장악함으로써 세계 패권을 거머쥐었다. 원유는 달러로만 거래된다. 그래서 ‘페트로 달러’라는 말이 생겼다.

그런데 페트로 달러에 균열이 보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장악한 이란이 유조선 통행료로 배럴당 1달러를 받고 있으며, 결제는 중국 위안화나 암호화폐(가상화폐)로 하고 있다.

국제 원유 거래에서 달러 본위가 무너질 조짐이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소식으로 지난 3일 중국석유공사의 금융 서비스 부문인 중국석유자본의 주가가 중국증시에서 상한선인 10%까지 폭등하는 등 관련주가 일제히 랠리했다. 페트로 달러 체제 붕괴 조짐에 중국 자본시장이 환호한 것.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석유 및 가스 거래에서 위안화 결제가 더욱 늘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따라 위안화가 국제 결제 통화로 본격 부상할 전망이다.

미국이 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 것은 달러 때문이다. 중국의 위안화가 급부상하면 미국의 세계 지배 체제에 균열이 불가피하다.

이뿐 아니라 이번 전쟁을 계기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아시아를 중국에 뺏긴 대통령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미국의 블룸버그통신은 6일 미국-이란 전쟁이 6주째 지속되면서 중국에 베팅한 아시아 국가들은 잘 버티고 있는 데 비해 미국에 줄을 선 국가들은 낭패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해당 기사 - 블룸버그 갈무리

파키스탄과 네팔 같은 국가들은 중국산 태양광과 전기차를 전격 도입함에 따라 미-이란 전쟁으로 인한 유가 급등에도 큰 피해를 보지 않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과 일본 등은 유가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아시아 개도국들이 앞으로 중국에 베팅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예측 가능한 중상주의적 시진핑과 변덕스럽고 자기중심적이며 혼란스러운 트럼프 중 어디를 선택해야 할까? 사실 선택은 간단하다.

ⓒ 신화, 로이터=뉴스1

특히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 없이 이란에서 철수한다면 단순한 체면 손상이 아니라 세계 각국이 중국에 줄을 서게 하는 촉매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자신이 미국의 위대함을 회복시킨 대통령으로 기록되는 것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시아를 중국에 뺏긴 대통령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이뿐 아니라 트럼프는 대중 첨단 반도체 수출을 금지함으로써 중국의 반도체 자립을 오히려 돕고 있다. 트럼프 덕분에 화웨이 등 중국의 반도체 업체들이 사상 최고의 실적을 올리며 중국 증시에서 연일 랠리하고 있다.

이쯤되면 트럼프는 아시아를 중국에 뺏긴 대통령일 뿐만 아니라 미국의 패권을 중국에 갖다 바친 대통령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sino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