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유가 폭등·탄약 고갈 '트럼프의 오판'
NYT "에너지 시장 혼란 단기 문제로 평가…이란 정권 제거 우선시"
전략부재에 메시지 혼란까지…美장관 '호르무즈 호송' 오보 시장 흔들어
- 최종일 선임기자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이란 전쟁의 에너지 리스크를 단기적 문제로 과소평가했으나,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예상보다 격렬하게 저항하며 유가 폭등을 초래했다.
구체적 전략 없는 오판으로 유가 급등과 막대한 군비 소진이 이어지며, 행정부 내부에서는 조기 종전을 위한 출구 전략을 고심하는 등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0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단행되기 전,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참모들은 에너지 시장의 혼란을 단기적 문제로 평가하며, 이란 정권 제거 작전을 우선시했다.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은 전쟁이 중동 석유 공급을 방해하거나 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가능성에 대해 전혀 우려하지 않는다고 공언했다. 세계 석유 공급량의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수 있다는 경고는 무시됐다.
하지만 전쟁이 시작되자 트럼프 행정부의 계산은 완전히 빗나갔다. 이번 공격을 체제의 존속을 위협하는 절체절명의 위기로 간주한 이란은 과거보다 훨씬 공격적으로 대응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상업용 유조선을 타격하겠다고 위협했고, 실제 여러 척의 선박이 공격을 받았다. 이는 즉각 걸프만 항행 중단과 국제 유가 폭등으로 이어졌다. 미 행정부는 급히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이미 미국 내 가솔린 가격은 치솟기 시작했다.
민주당의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은 행정부의 비공개 브리핑을 받은 후 "행정부는 호르무즈 해협을 안전하게 다시 열 계획조차 없었다"고 비판했다.
정부 내부의 전략 부재는 메시지 혼란으로 이어졌다.
라이트 장관은 미 해군이 유조선을 호송하는 데 성공했다는 오보를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다가 삭제하며 시장에 엄청난 혼란을 야기했다. 실제 호송 작전은 시작되지도 않은 상태였다.
또한, 이란이 해협에 기뢰를 매설하려 한다는 첩보가 입수되면서 상업 운항 재개 노력은 더욱 난항을 겪게 되었다. 미군은 기뢰 매설함을 공격하는 등 긴급 대응에 나섰으나, 시장의 공포를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전쟁의 경제적 비용은 시장의 충격에만 그치지 않았다. 미 국방부의 보고에 따르면, 미군은 전쟁 초기 단 이틀 만에 무려 56억 달러(약 8조 2200억 원) 규모의 탄약을 소진했다. 이는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는 소진 속도로, 미국 안보 예산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특히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은 고유가가 자신들의 경제 의제 홍보를 망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산 석유 도입과 텍사스 정유 공장 확충을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이는 장기적인 대안일 뿐 당장의 위기를 막기엔 한계가 명확하다고 NYT는 지적했다.
현재 행정부 내부는 목표 설정부터 갈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자신에게 굴복하는 리더를 지명해야 한다는 목표를 고수하며 전쟁의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반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이란의 미사일 능력 및 해군 무력화 등 전술적 목표에 집중하며 조기 종전을 위한 '출구 전략'을 마련하려 애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조선 선원들에게 "배짱을 보여라"며 해협 통과를 독려하고 있지만, 현실은 이란의 끈질긴 저항과 기뢰 위협으로 인해 출구가 보이지 않는 안개 속에 갇혀 있다.
이란 측은 여전히 자신들의 원유 공급 영향력을 무기화하며, 미국과 이스라엘을 압박하고 있다. 알리 라리자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호르무즈 해협은 평화와 번영의 해협이 될 수도, 전쟁광들에게 패배와 고통의 해협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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