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스라엘 '이란 쿠르드 카드'…튀르키예엔 최악의 시나리오

美지원 업고 이란 내 자치 확대시 자국 PKK 평화프로세스 붕괴 우려
'쿠르드 활용' 트럼프와 정면충돌은 부담…경제난 속 전략적 선택 시험대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5.09.25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미 중앙정보국(CIA)의 이란 내 쿠르드 무장단체 지원 계획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을 난처한 상황에 몰아넣고 있다고 튀르키예 독립 매체 '터키 미닛'이 5일 보도했다.

튀르키예 국경 인근의 쿠르드 자치 확대를 묵인하느냐, 아니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맞서 2018년 당시 겪었던 참혹한 경제 위기를 다시 감수하느냐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는 분석이다.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이라크 관리와 쿠르드 민병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쿠르드 세력이 이란 진입을 위한 무장 부대를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CIA는 전쟁 발발 전부터 이란 불안정화를 위한 비밀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들에게 소형 화기(Small Arms)를 제공해 왔으며, 현재 미국 관리들은 쿠르드 민병대의 이란 투입이 가질 군사적 효용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매체 악시오스는 이 계획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모사드에 의해 주도되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이란 정권 붕괴 시 향후 이란 내 쿠르드 자치 지역에 대한 정치적 지지를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튀르키예 정부는 국경 인근의 쿠르드 자치가 성공할 경우 자국 내 쿠르드 인구의 분리주의를 자극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이는 2025년 5월 해산 결정을 내린 쿠르드노동자당(PKK)과의 취약한 평화 프로세스를 단숨에 무너뜨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사람들이 쿠르드노동자당(PKK)의 창립자이자 지도자인 압둘라 오잘란의 사진을 들고 있다. 2024.03.17 ⓒ 로이터=뉴스1

PKK는 40년간의 반란으로 5만 명 이상의 희생자를 낸 뒤 무기를 내려놓은 상태다. 그러나 PKK와 연계된 이란 쿠르드 무장단체 '쿠르디스탄 자유생명당(PJAK)'은 무장 해제를 거부하고 튀르키예 접경지인 이란 북서부에서 여전히 활동 중이며, 튀르키예는 이들을 사실상 PKK의 연장선으로 간주한다.

특히 에르도안은 최근 시리아 아사드 정권 붕괴 후 쿠르드 자치권이 약화된 것을 주요 전략적 승리로 여겨왔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 내 새로운 '미·쿠르드 파트너십'이 형성되는 것은 튀르키예에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터키 미닛은 짚었다.

전문가들은 튀르키예가 초기에는 미국과의 직접 충돌을 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벨기에 싱크탱크 인스티튜드의 하심 테키네시 분석가는 "에르도안은 우선 외교를 통해 트럼프의 마음을 돌리려 하겠지만, 실패할 경우 소외되기보다 차라리 그 과정에 합류해 이란 쿠르드족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매체는 튀르키예가 쿠르드족의 역할을 제한하도록 트럼프에게 비공식적 외교 압박을 가하고, 국경 감시를 강화하며, 이라크 쿠르드 지도자들과 협력해 지원 대상을 조율하고, 난민 유입 차단을 위해 이란 내 완충지대 계획을 세울 수 있다고 봤다.

에르도안이 트럼프에게 강하게 맞서지 못할 것으로 보는 것은 2018년 양국이 충돌했을 때 벌어졌던 일 때문이다. 당시 트럼프는 미국인 목사 구금 문제를 이유로 가혹한 제재를 가해 리라화 가치를 몇 주 만에 30% 폭락시켰으며, 에르도안에게 "바보가 되지 말라"는 모욕적인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현재 튀르키예는 F-35 전투기 프로그램 재가입이 절실하고 네타냐후 견제를 위해서도 트럼프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심각한 경제난으로 미국과 정면충돌할 여력도 없다.

매체는 다만, 이란 쿠르드 세력이 실제 자치권을 확보할 경우 에르도안의 대응은 예측 불허의 영역으로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가가 없는 세계 최대 규모의 민족 집단 중 하나인 쿠르드족은 전체 인구가 약 3000만~4500만 명으로 추정된다. 튀르키예 북부 지역에 약 1500만~2000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외에 이란 서북부에는 약 800만~1000만 명, 이라크 북부에는 약 500만~700만 명, 시리아 북동부에는 약 200만~300만 명이 살고 있다.

allday3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