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횡포·시진핑 무력위협…"둘다 싫은 亞 따로 뭉친다"

WP "미중 양자택일 옛말…아시아, 제3지대서 독자 생존 모색"
RCEP로 뭉치고 공급망 다변화해 '아시아끼리' 경제블록 강화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강요받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2일(현지시간) 사설을 통해 아시아 국가들이 미중 양국으로부터 모두 거리를 두고 독자적인 경제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예측 불가능한 두 나라의 정책이 오히려 아시아 국가들의 결속을 강화하고 그들끼리의 새로운 경제 질서를 만들고 있다는 진단이다.

미국과 중국이 초래한 불확실성이 가장 큰 원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동맹국과 적국을 가리지 않고 관세를 무기로 휘둘렀다.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은 미국에 수천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하도록 공개적인 압박을 받았다.

WP는 중국 또한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국경을 봉쇄해 전 세계 물류망을 마비시키고 군사적 긴장감을 끌어올리며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아님을 드러냈다고 짚었다.

이에 아시아 국가들은 자체적인 경제 블록을 강화하는 길을 택했다. 미국이 빠져 있지만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으로 불리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대표적인 예다.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추진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한 지 9년 만에 동남아 국가들은 RCEP을 통해 역내 무역 장벽을 낮추고 서로 간의 경제 관계를 심화하고 있다.

개별 국가들의 '탈(脫) G2' 움직임도 활발하다. 일본 정부는 이스즈자동차와 미쓰미전기 같은 기업들이 생산 시설을 중국에서 동남아로 이전하는 데 수백만 달러 보조금을 지급하며 공급망 다각화를 지원했다.

인도는 한국과 일본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동시에 중국의 제조업 계약을 뺏어오는 '두 마리 토끼' 전략을 구사한다. 이제 아이폰 대부분이 중국이 아닌 인도에서 생산되는 건 애플의 공급망이 중국에서 인도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스스로를 안정적인 파트너로 포장하려 애쓰고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하지만 중국은 급격한 고령화와 인구 감소라는 '인구학적 시한폭탄'을 안고 있으며, 막대한 지방정부 부채와 높은 청년 실업률 등 내부적인 문제로 한계가 분명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WP는 1조2000억 달러(약 1739조 원)에 달하는 중국의 기록적인 무역 흑자에도 공식 성장률 수치(5%)는 의심스럽다고 평가했다.

그렇다고 미국의 영향력이 사라진 건 아니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이자 가장 큰 소비 시장이다. 어떤 나라도 미국과의 무역이나 투자를 완전히 차단하려 하지 않는다.

다만 아시아 국가들은 예측 가능했던 규칙이 붕괴하고 미국 시장에 대한 접근이 더는 당연하지 않은 세상에 대비하고 있을 뿐이라고 WP는 분석했다.

WP는 이런 상황이 전적으로 미국이 자초한 '자해'(self-inflicted would)라고 꼬집으며 "이런 상처를 더는 악화시켜선 안 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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