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作 '평화위원회' 가자만 보는 게 아니다…유엔과 경쟁 시도

FT, 평화위원회 헌장 분석…"의장 트럼프에 배타적 비토권 등 강력한 권한"
가자집행위 外 다양한 조직 설치 허용…각국 정상으로 최상위 위원회 구성 계획

1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로이터통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1.14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련한 가자 평화구상의 핵심 의사결정 기구인 '평화위원회'(Board of Peace)가 가자 재건이라는 한정된 역할을 맡는 데서 나아가, 더 광범위한 권한을 가지고 유엔과 경쟁 구도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평화위원회 헌장에는 "분쟁의 영향을 받았거나 분쟁 위협에 놓인 지역에서 안정성을 증진하고, 신뢰 가능하고 합법적인 통치를 회복하며, 지속 가능한 평화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국제기구"라는 내용이 적시됐다.

헌장은 또 "지속 가능한 평화는 실용적 판단, 상식적인 해결책, 그리고 너무 자주 실패해 온 접근 방식과 제도에서 벗어날 용기를 필요로 한다"고 밝혔다.

헌장의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평화위원회 의장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광범위하고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이 확인된다.

먼저 평화위원회 의장은 회원국을 임명·제명할 수 있고, 이 결정은 회원국 3분의 2 찬성으로만 뒤집을 수 있다. 또 위원회의 결정은 출석해 투표한 회원국 과반수로 결정되나 의장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동수일 경우 의장은 의장 자격으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여기에 가자 평화구상을 위해 설치한 가자 집행위원회 외에도 다른 분쟁 상황에서 설치될 유사한 성격의 위원회 등을 '평화위원회 임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하거나 적절하다고 판단될 경우' 창설·수정·해산할 수 있는 독점적 권한도 부여된다.

한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는 "평화위원회는 국가 정상들로 구성된 최상위 위원회 아래 창립 집행위원회를 두고, 그 아래에 가자 집행위원회를 두는 구조로 설계됐다"며 "향후 평화위원회가 가자를 넘어서는 범위를 포괄하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성사한 다른 평화 합의들 역시, 추가로 집행위원회를 설립해 평화위원회 권한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최상위 위원회는 국가 정상들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현재 아르헨티나, 사우디아라비아, 캐나다, 튀르키예, 이집트 등이 위원회의 창립 멤버로 참여해 달라는 초청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X(구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초청장 이미지를 올리며 "평화위원회 창립 회원국으로 참여해 달라는 초청을 받은 것은 저에게 큰 영광"이라고 밝혔다.

한 사우디아라비아 관계자는 FT에 "사우디 왕국은 미국 행정부로부터 평화위원회 참여 초청을 받았으며 내부 절차에 따라 이를 검토 중"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분쟁을 해결하고 가자와 역내에 지속 가능한 평화를 가져오려는 노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FT는 "트럼프 행정부가 유엔을 주변화하려 한다는 외교관들의 우려에 신빙성을 더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을 비롯한 여러 국제기구에 적대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 지난 7일에는 유엔 산하 기구 31곳을 포함한 국제기구 66곳에서 탈퇴할 것을 지시하는 대통령 각서에 서명한 바 있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