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년]자유무역질서 뒤흔든 관세전쟁…대법 판결 후 '2라운드'

취임 2주 만에 '펜타닐관세'로 포문…4월 2일 국가별 '상호관세'로 정점
연방대법원 IEEPA 관세 위법성 판결 임박…반도체·그린란드로 전선 확장

편집자주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20일(현지시간) 집권 2기 1년을 맞는다. 트럼프 2기는 미국의 이익 앞에선 동맹도 걷어차는 '일방적 거래'의 관점에서 글로벌 정치, 경제, 안보의 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총 9건의 기획 기사로 지난 1년동안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가 겪은 트럼프발 변화를 짚어보고 앞으로 예상되는 또다른 변화를 전망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4월 2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라는 제목의 로즈가든 행사에서 상호관세에 관한 연설을 하면서 차트를 들어 보이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관세는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다."

1년 전인 지난해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는 취임사에서 "더 이상 미국이 이용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아메리카 퍼스트'를 천명했다.

이후 그는 '관세'를 앞세워 쉴 새 없이 세계 지유 무역 질서를 흔들어댔다. 멕시코·캐나다·중국을 묶어 부과한 '펜타닐 관세'부터 시작해, 자동차·철강 등 주요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한 '품목 관세', 정점을 찍은 '상호관세'까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는 쉴 새 없이 휘몰아쳤다.

이제 트럼프 관세는 조만간 있을 미 연방대법원의 최종심 판결 결과에 따라 중대 전환점을 맞이한다.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기반 상호관세와 펜타닐 관세의 합법성에 대한 판단이 언제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는 관측 속에 트럼프는 반도체, 그린란드 관세 카드로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펜타닐'로 문 열고 '상호관세'로 정점…'품목관세'는 현재진행형

트럼프 행정부 2기 관세 정책은 단일 조치가 아닌 단계적인 확장 형태를 띠었다.

포문은 취임한 지 채 2주가 안 된 시점에 마약류 펜타닐 유입과 불법 이민자 문제를 방치한다는 명분으로 부과 계획을 발표한 펜타닐 관세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중국을 향해 합성마약 펜타닐의 미국 유입을 방치하고 있다며 관세를 부과했고, 이를 기점으로 관세를 무역 현안뿐 아니라 외교·안보 문제까지 포괄하는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관세는 품목 단위로 확대됐다. 3월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철강과 알루미늄, 자동차에 이어 반도체까지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전략 품목으로 규정하며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했다. 특히 최근 본격적으로 부과하기 시작한 반도체의 경우 미국 내 투자와 연계한 조건부 면제 방침을 제시하며 주요 생산국들을 상대로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관세 정책의 정점은 4월 2일 발표한 상호관세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을 '해방의 날'로 명명하고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국가별 상호관세를 전격 발표했다. 기본관세 10%에 국가별로 차등 세율을 얹는 방식으로, 협상을 통한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며, '동맹'과 '적'을 가르는 도구로 활용했다.

대(對)중국 전선은 가장 극단적으로 출렁였다. 세계 1, 2위 경제 대국인 미·중은 상호 보복 속에 한때 미국의 대중국 관세는 145%, 중국의 대미국 관세는 125% 수준까지 치솟았고, 시장은 사실상 '교역 단절'에 가까운 충격을 반영했다. 다만 이 수치는 고위급 협상을 통해 미국은 대중 추가 관세를 20%로, 중국은 대미 추가 관세를 10%로 각각 낮추는 데 합의하며 휴전 상태에 있다.

최근에는 그린란드 문제를 둘러싸고 유럽 국가들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방침까지 밝히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 2년차에도 관세를 통상 수단을 넘어 외교·안보 현안을 관철하기 위한 전방위 압박 도구로 변함없이 활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DC 소재 미국 연방 대법원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美대법, 상호관세 최종심 판결 임박…관세 전선은 반도체·그린란드로 지속 확장

앞으로 최대 변곡점은 연방대법원의 IEEPA 관세 판단이다. 하급심은 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가 대통령 권한을 넘어섰다고 보며 제동을 걸었고, 대법원은 그 합법성을 심리 중이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파장은 작지 않다. 미 행정부 패소 시나리오는 수많은 환급 소송으로 이어져 극도의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워싱턴DC에 기반을 둔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최근 "대법원이 트럼프가 행정부의 조치에 반하는 판결을 할 경우, 30만 개 이상의 기업으로 징수한 1500억 달러(약 220조 원)에 달하는 관세 수입을 환불해야 할 수 있다"라고 추산했다.

그러면서 판결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한국 기업 주요 기업들로 현대·기아차,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셀트리온, LG, 롯데, 금호석유화학, 한화솔루션 등을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관세가 위법이라는 판결을 할 경우 환급해야 할 금액이 수천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면서 여론전을 펴고 있다. 그는 "여기에는 관세 납부를 피하기 위해 미국에 공장과 설비를 건설한 국가와 기업들이 요구할 보상금은 포함돼 있지도 않다. 이를 포함하면 수조 달러 규모가 될 것"이라며 사법부를 공개 압박하고 있다.

동시에 행정부와 보수 진영에서는 소송 패소에 대비한 '플랜B'로 무역확장법 232조, 무역법 301조, 관세법 338조 등이 거론된다.

232조는 앞서 언급됐듯, 특정 수입품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관세나 쿼터를 부과할 수 있는 조항으로, 철강·알루미늄과 자동차, 반도체 등 품목관세의 법적 근거다.

무역법 301조는 상대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응해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조항으로, 트럼프 1기 당시 대중 관세 전쟁에 활용됐다.

338조는 미국 상품을 차별하는 국가의 수입품에 최대 5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조항이다. 1930년대 이후 사실상 사용된 적이 없어 '핵 옵션'으로 불리지만 IEEPA에 근거한 관세와 마찬가지로 소송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승소 시나리오에서도 불확실성이 사라지진 않는다. 상호관세가 정당화되면, IEEPA에 근거한 관세는 트럼프 행정부의 상시적인 협상 지렛대로 굳어져 상대국을 더욱 옥죄는 수단이 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소송 결과와 관계없이 관세 전선을 지속해서 넓히고 있다.

최근 발표한 반도체 관세는 주력 수출 품목으로 삼고 있는 한국에 다시 한번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최근 마이크론 신규 공장 행사에서 "100% 관세를 내거나 미국에서 생산하라"는 취지로 말하며, 미국 내 투자·생산만이 관세율을 낮출 수 있음을 재확인했다.

미국은 가장 먼저 대만과 투자와 연계한 무관세(상쇄) 기준을 제시했고, 비록 한국은 지난해 무역 합의에서 경쟁국에 비해 불리하지 않게 대우받는다는 약속은 받아냈지만, 미국과 앞으로 후속 협상에 나서야 한다.

여기에 그린란드 병합을 견제하는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오는 2월부터 10%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듯, 관세 카드를 계속 꺼내 드는 흐름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4일 워싱턴DC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미 대법의 관세 최종심 전망에 대해 "어느 때든 판결이 나올 수 있고, 결과 예측도 50 대 50으로 갈린다"면서 "중요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오든 지금의 관세 정책을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한미 확대 오찬회담을 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SNS.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0.30/뉴스1 ⓒ News1 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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