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만에 반도체 관세 면제 기준 먼저 제시…韓은 향후 협상
무역확장법 232조 반도체 관세 부과 계획 구체화…'상쇄 프로그램'도 윤곽
대만 美에 건립 중인 공장 생산능력의 2.5배, 완공 후에는 1.5배 무관세
- 류정민 특파원
(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 관세 부과를 계획을 구체화하면서 대미 투자와 연계한 반도체 관세 우대를 받아내기 위한 한미 간 후속 협상이 진행될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15일(현지시간) 주요 반도체 생산국 중 가장 먼저 대만에 대미 투자와 연동한 반도체 관세 면제 방침을 확정했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포고문을 통해 1단계 조치로 이날부터 첨단 컴퓨팅 칩에 제한적으로 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은 주요 교역국과의 무역협상을 진행하고, 이후 2단계 조치로 반도체 전반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국 입장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관세 부과 계획과 함께 미국 내 반도체 생산과 공급망 강화에 기여하는 투자에 대해서는 '관세 상쇄 프로그램'을 적용하겠다고 밝힌 대목이다.
이 같은 '관세 상쇄 프로그램'은 하루 만에 대만과의 무역 합의에서 구체적인 적용 방식이 드러났다.
미국은 대만 기업이 미국 내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신설할 경우, 건설 기간에는 계획된 생산능력의 2.5배까지 관세를 면제하도록 했다. 2.5배를 초과하는 수입분에는 우대율을 적용한다.
미국 내 생산시설 완공 이후에는 신규 생산 능력의 1.5배까지 반도체를 무관세로 수입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은 미국과의 무역 합의에서 반도체 관세 향후 협상을 통해 같은 수준의 우대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한국이 지난해 미국과 무역 협상을 타결했을 당시에는 미국이 반도체 관세 부과 계획을 확정하지 않은 상태였다. 한국 정부는 구체적인 면제 조건 등을 협상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다른 나라에 비해 불리한 대우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선에서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
한미 정상회담 내용을 토대로 지난해 11월 발표한 공동 팩트시트를 보면 '반도체(반도체 제조 장비 포함)에 부과되는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와 관련해, 미국은 한국에 대한 해당 관세 조건을 향후 체결될 수 있는 협정에서 제시될 조건보다 불리하지 않게 제공할 의사를 밝힌다. 해당 협정은 미국이 판단하는 바에 따라 한국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규모로 반도체 교역을 포괄하는 협정이어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반도체에 있어 한국의 경쟁국인 대만보다 최소한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적용받는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 입장에서는 최소 미국이 대만과 합의한 내용과 동등하거나 그보다 나은 수준의 관세 면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로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이 제시될지는 불확실한 부분이 많아 현 단계에서는 예측이 쉽지 않으며, 향후 한미 간 후속 협상을 통해 결정될 수밖에 없다고 정부 및 업계는 보고 있다.
미국이 이 같은 반도체 관세 상쇄 프로그램을 대만에 먼저 제시한 배경에는 투자 구조에 있어 대만의 대미투자가 반도체에 거의 '올인'하다시피 하기 때문에 하나의 기준점으로 삼으려 했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만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에 총 2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고, 대만 정부 역시 동일 규모의 신용보증을 제공하기로 했다.
반면 한국은 대만보다 많은 총 3500억 달러 투자 패키지를 제시했지만, 이 중 조선업에 특화한 1500억 달러를 제외한 2000억 달러가 정부 차원 투자이며 이도 반도체에 국한된 게 아니다.
현재 알려진 한국 반도체 기업의 대미 투자는 삼성전자(005930)가 텍사스주 테일러에서 진행 중인 370억 달러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 건설과 SK하이닉스(000660)가 미국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 달러를 투자해 고대역폭메모리(HBM)용 첨단 패키징 생산기지를 건설하는 계획이 있다.
이 같은 한국의 투자에 미국이 얼마만큼의 관세 면제를 허용할지가 향후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상무부가 그들의 계획을 승인하면 그들은 해당 수량의 2.5배만큼 반도체를 (관세 부과 없이) 들여올 수 있다"면서 협상 주도권은 미국에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대만의 TSMC가 지난해 3월 10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을 언급하며 "TSMC가 더 크게 들어올 것으로 예상한다"라고도 말했다. 기업들이 반도체 관세 적용 제외 혜택을 받으려면 미국 내 생산 시설을 더 늘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 시간 15일 반도체 업계와 개최한 긴급 간담회에서 업계 관계자들이 2단계 조치의 불확실성에 우려를 제기하면서, 향후 대미 협의에 있어 정부가 업계 입장을 충분히 반영해 적극 임해줄 것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ryupd0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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