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열어젖힌 약육강식 세계…푸틴·시진핑 내심 웃는다
'규범보다 국익' 돈로주의 입각한 베네수 공격…러 우크라 침공 논리 닮아
푸틴·시진핑, 우크라·대만에 똑같이 한다면…우크라 평화협상도 악영향
- 이지예 객원기자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강자는 할 일을 하고 약자는 감내할 뿐."(The strong do what they can and the weak suffer what they must)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격을 놓고 뉴욕타임스(NYT)·텔레그레프 등 주요 외신은 고대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의 오랜 격언을 앞다퉈 소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 축출과 통치 선언으로 강대국 편의에 따라 힘의 논리를 정당화하는 약육강식의 세계를 활짝 열어젖혔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돈로주의'(트럼프식 서반구 통제권 회복)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제국주의의 부활을 꿈꾸고, 신흥 패권국으로 자리매김한 중국이 대만 침공 가능성을 저울질하는 절묘한 시점에 등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공격이 경제·안보상 미국의 국익을 확대하기 위한 목적임을 분명히 했다. 2003년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침공 때만 해도 미국은 자유주의 패권 확대라는 자유세계 리더로서의 명분을 앞세웠지만 트럼프를 움직이는 건 '미국 우선주의' 하나다.
미국은 작년 12월 공개한 국가안보전략(NSS)를 통해 "전통적 정치 이념에 기반하지 않고 국익에 따라 움직이겠다"며 △유연한 현실주의 △힘을 통한 평화 △필요에 따른 비개입주의 적용을 천명한 바 있다. 사실상 어떤 국제 규범이나 이념에 얽매이지 않고 입맛대로 국제사회를 길들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약 테러리즘'(narco terrorism) 혐의를 받는 '범죄자' 마두로를 송환해 미국 재판부에 넘기고 당분간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운영'(run)하겠다고 했다. 미국 기업 주도의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 재건을 강조하며 전략 자원을 향한 야욕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 미국의 결정은 베네수엘라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쟁 논리와 놀랄 만큼 닮았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신나치주의'(친서방 정권) 세력이 러시아 및 친러 세력에 가하는 안보 위협을 물리쳐야 한다며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그 밑에는 동유럽과 러시아를 잇는 관문이자 군사·물류적 요충지인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의 세력권 안에 단단히 묶어두려는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해방'을 위한 특별군사작전이라고 포장한다.
일간 가디언은 베네수엘라 공격을 "미국 외교 정책의 푸틴화"(Putinization)라고 지적하며 "트럼프는 21세기의 무기를 지니고 19세기 제국주의자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고 꼬집었다.
겉보기에 베네수엘라 사태는 러시아와 중국에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중남미를 대표하는 반미 지도자 마두로 대통령은 중·러의 우방이자 군사 경제적 협력자다. 2시간 반 만에 끝난 마두로 축출 작전은 트럼프가 반미 세력에 보내는 살벌한 경고이기도 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번 사건은 푸틴과 시진핑에게 '참고할 선례'를 안겼다. 뉴욕타임스(NYT)의 외교전문기자 데이비드 생어는 CNN방송에 출연해 "푸틴 대통령이 그가 범죄자라고 부르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똑같이 한다면? 중국이 대만 총통에게 그렇게 한다면?"이라고 반문했다.
푸틴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격이 '불법'이라면서도 "트럼프에겐 분명히 일관성이 있다. 자국 이익을 확고하게 수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외교협의회(ECFR)는 "중남미 군사 개입주의로 미국의 방향 전환은 유럽 안보에 대한 정치적 관심과 자원을 분산시킨다"며 "우크라이나 영토 자원을 놓고 미국과 러시아의 거래적 협상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은 겨우 일주일 전 육·해·공·로켓군을 동원한 대규모 대만 포위 훈련 '정의사명'(正義使命)-2025'을 실시했다. 대만 문제는 양보 불가한 중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이 달린 문제라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중국은 이번 사태를 대만에 대한 당장의 무력행사보다는 다극화 세계의 리더 이미지를 강화하는 기회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격을 '주권국에 대한 노골적 무력 사용과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글로벌 시장분석업체 BCA 리서치의 마르코 파픽 수석 전략가는 CNBC에 "미국이 서반구에 집중할 가능성이 큰 지금으로선 중국이 대만 군사 통일을 시도해 서방 세계 전체를 등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시간은 중국의 편이라는 설명이다.
ez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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