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체포…명분은 마약·목적은 석유·결과는 혼돈[최종일의 월드 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게시한 사진. 플로리다 마러라고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사진 오른쪽), 존 랫클리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과 함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군사 작전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도널드 트럼프 트루스소셜, 재판매 및 DB금지) 2026.1.3/뉴스1 ⓒ News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게시한 사진. 플로리다 마러라고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사진 오른쪽), 존 랫클리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과 함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군사 작전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도널드 트럼프 트루스소셜, 재판매 및 DB금지) 2026.1.3/뉴스1 ⓒ News1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마두로 독재정권의 다른 실세들과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은, 베네수엘라 공습과 마두로 체포의 진짜 이유가 이른바 '검은 황금' 석유 확보에 있음을 여실히 드러낸다. '민주주의 회복 지원'은 허울에 불과한 명분이었다.

인권과 민주주의는 전통적으로 미국 민주·공화 양당이 공유해 온 핵심 외교 수사였다. 하지만 트럼프가 이에 거리를 둬 왔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인데, 이번에 공식 문건으로 다시 확인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초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에서 "세계 각국과 좋은 관계와 평화로운 상업 관계를 추구하되, 그들의 전통과 역사와 크게 다른 민주적 혹은 사회적 변화를 강요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마약 범죄 대응이라는 명분 역시 설득력이 약하다. 베네수엘라는 핵심 마약 생산국이 아니라 경유지에 가깝다. 미국으로 유입되는 코카인의 주된 경로는 태평양이다. 지리적으로 베네수엘라는 북쪽과 북동쪽에서 카리브해와 대서양을 마주하고 있다.

트럼프가 대량살상무기로 규정한 펜타닐 역시 주로 멕시코에서 생산돼 육로로 유입된다. 2025년 미 마약단속국(DEA) 보고서에서 베네수엘라는 펜타닐의 주요 기점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특히 트럼프가 최근 미국 법원에서 대규모 마약 밀반입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후안 올란도 에르난데스 전 온두라스 대통령을 사면한 사실은, 그의 '마약과의 전쟁'이 얼마나 선택적으로 적용되는지를 보여준다.

"부수면 책임진다" 포터리반 원칙과 MAGA 정치

트럼프가 마두로 정권의 잔존 세력과 손을 잡으려는 행보는 '포터리반(Pottery Barn) 원칙'을 변형된 방식으로 수용한 결과로도 읽힌다. 이는 한 국가가 다른 나라에 군사적으로 개입해 기존 질서를 붕괴시키면, 그 이후의 혼란·재건·통치에 대한 책임까지 떠안게 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이 원칙은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이 2000년대 초 "군사 개입은 단발성 타격으로 끝나지 않고 영원한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널리 알려졌다. 트럼프로선 개입주의를 반대하는 핵심 지지층, 즉 '마가(MAGA)' 세력을 의식해 개입을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지난 3일 작전을 완료한 직후 "정권 이양 때까지 베네수엘라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는데, 세부 계획이 있는지 의문이다. 지난해 트럼프는 세계 곳곳의 전쟁과 분쟁을 끝냈다고 큰소리쳤지만, 현실에서는 어느 것도 깔끔하게 종료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공개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국외 이송 모습. 트럼프 대통령은 '니콜라스 마두로가 USS 이오지마 함에 탑승해 있다'라는 글과 함께 사진을 게재했다.(도널드 트럼프 트루스소셜, 재판매 및 DB금지) 2026.1.4/뉴스1

베네수엘라 정국의 장기적 혼란은 결국 트럼프의 국정 운영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단시간에 친미 성향의 안정적 정권이 들어서지 않는다면, 트럼프에게 남는 것은 책임뿐이다.

사실 트럼프는 1기 행정부 출범 첫해부터 베네수엘라 군사 침공을 검토해 왔다. CNN은 2017년 트럼프가 백악관 고문들에게 베네수엘라 침공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허버트 맥매스터는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한 군사 개입은 영원한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극구 만류했다.

케리의 '종언'을 비웃는 트럼프의 '재천명'

이번 사태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열쇠는 '먼로주의'의 재소환이다. 먼로주의는 19세기 초 유럽의 미주 대륙 개입을 배제한다는 원칙으로 출발했지만, 20세기 들어 중남미를 미국의 '앞마당'으로 규정하는 논리로 확장되며 군사·정치 개입의 명분으로 활용돼 왔다.

그러나 2013년 존 케리 당시 국무장관은 "먼로주의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미국 국가안보국(NSA) 전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미 정보기관이 브라질 등 남미 주요 국가를 도청한 사실이 드러나 외교적 파장이 커지자, 반미 정서를 완화하기 위한 유화책이었다. 이는 미국의 외교를 '개입과 통제'에서 '협력과 통합'으로 전환하겠다는 상징적 선언이었다.

하지만 트럼프는 NSS를 통해 이를 다시 꺼내들었고, 마두로 제거를 통해 즉각 행동으로 옮겼다. 그는 베네수엘라뿐 아니라 콜롬비아, 멕시코, 쿠바 등에도 군사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트럼프의 위협이 노골화될수록 중남미에서는 반미 담론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 중국·러시아와의 전략적 협력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영향력 차단 조치가 역설적으로 중국의 힘을 키울 수 있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미국이 국제법과 다자기구보다 자국의 힘과 판단을 우선시하면서 동맹국과의 신뢰 균열을 키웠고, 역내 강국들에게 '지역판 먼로주의'를 주장할 명분을 제공했다.

allday3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