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마두로 축출 배경엔 '中 견제'도…"서반구 침범 용납 못 해"
베네수엘라 中과 밀착 지켜본 트럼프, 군사 작전 감행…"먼로 독트린 위협"
친미 정부 집권 때까지 국가 운영 개입 선언, 美석유기업 투자여부는 미지수
- 류정민 특파원, 정은지 특파원
(워싱턴·베이징=뉴스1) 류정민 정은지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대한 체포·이송 군사작전을 단행한 배경에는 '서반구'에 손을 뻗쳐온 중국을 확실히 틀어막겠다는 전략적 계산이 깔려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먼로 독트린'을 언급하며, 미국은 외세가 우리 국민을 약탈하거나, 우리를 우리 대륙에서 밀어내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먼로 독트린은 1823년 당시 미국 대통령 제임스 먼로가 의회 연설에서 대서양을 기준으로 서쪽인 서반구, 즉 아메리카 대륙에는 유럽 등 타 대륙의 강대국이 개입하지 말라고 선언한 데에서 기인한 미국의 대표적인 대외정책 원칙이다.
트럼프는 "베네수엘라는 우리 지역에서 적대적인 외세들을 점점 더 많이 끌어들이고 우리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공격적인 무기들을 확보했는데, 이는 미국 외교 정책의 핵심 원칙, 즉 먼로 독트린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직접적으로 중국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최근 베네수엘라의 최대 원유 수출 상대가 중국이라 점에서 마두로 정권이 끌어들인 '적대적인 외세'는 중국을 지칭한 것과 다름없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원유 매장국으로, 미 에너지정보청(IEA)에 따르면 확인 매장량만 약 3030억 배럴에 달한다. 이는 전체 글로벌 매장량의 약 17%로 사우디(2670억 배럴), 이란(1570억 배럴)보다 많다.
1970년대에는 하루 최대 350만 배럴까지 생산했고, 이는 전 세계 석유 생산량의 7% 이상을 차지했지만, 베네수엘라 정부의 석유산업 국유화에 따른 투자 붕괴, 기술경쟁력 상실, 미국의 제재 등으로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은 쇠락의 길을 걸었다. 2025년 기준 하루 생산량은 약 110만 배럴로 전 세계 생산량의 1%에 불과하다.
미국은 한 때 베네수엘라 원유의 최대 수입국이었지만, 좌파 성향의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 도입 후에는 석유 산업에 있어서는 사실상 '결별'한 상태다.
1920년대부터 베네수엘라에서 사업을 진행해 온 미 석유기업 셰브런의 경우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석유거래 양허를 받았는데, 트럼프는 마두로 정권의 생명만 연장했다며 비판적 입장을 취해왔다. 트럼프는 재집권 후 지난해 3월 허가 조치를 종료한다고 발표했고, 이후 셰브런 측에 축소된 형태의 제한적 허가를 재부여했다.
베네수엘라와 미국 간 사이가 벌어진 사이 중국은 베네수엘라 원유의 최대 구매국으로 손길을 뻗쳐왔다.
특히 베네수엘라는 차베스 대통령 시절 중국으로부터 약 100억 달러의 차관을 빌렸는데, 이를 원유를 통해 갚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베네수엘라가 초대형 유조선 3척을 이용해 원유를 운송하는 방식으로 차관을 상환하고 있었지만 미 트럼프 행정부의 해상 봉쇄 조치로 수출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고 전했다.
이날 트럼프는 베네수엘라의 적절한 정권 이양이 이뤄질 때까지 베네수엘라를 운영(run)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베네수엘라의 석유 산업에 있어서는 미국 기업들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도록 해 망가진 인프라를 복구하겠다며 장악 의도를 드러냈다.
사실상 마두로 정권 축출 작전인 이번 군사행동이 중국, 러시아, 이란 등 베네수엘라와의 이해관계가 있는 국가들과의 관계에 미칠 영향을 묻는 말에 트럼프는 "러시아의 경우 상황이 정리되면 괜찮아질 것이고, 석유를 원하는 다른 나라들에 대해서는 석유를 팔 것"이라고 답했다.
중국, 러시아, 이란 등이 이번 군사 작전에 대해 어떤 형태로 비판하든 개의치 않고 베네수엘라의 석유 산업을 우선 장악하되, 거래 여부는 나중에 판단할 문제라는 의미로 보인다.
이날 트럼프 발언을 종합하면 중국과 가까워진 반미 성향의 마두로 정권을 대체할 친미 성향의 정권을 베네수엘라에 세우되, 석유 산업은 완전히 장악해 컨트롤하겠다는 의도로 요약할 수 있다.
다만 사업성 등을 감안할 때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대로 미국 석유 기업들의 베네수엘라에 대한 투자가 이뤄질지는 예측이 어렵다.
에너지 컨설팅 기업인 에너지 애스펙트는 베네수엘라의 하루 원유생산량을 50만 배럴 늘리는 데 100억 달러가 소요되고 약 2년이 걸릴 것으로 추정했다.
리스타드 에너지(Rystad Energy)의 지정학 분석 책임자인 호르헤 레온은 로이터통신에 "역사는 강제적인 정권 교체가 석유 공급을 신속하게 안정시키는 데 거의 성공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면서 "리비아와 이라크는 명확하고도 심각한 선례"라고 짚었다.
한편, 중국 외교부는 이날 대변인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중국은 미국이 주권 국가에 무력을 사용하고 한 국가의 대통령을 공격한 것에 깊은 충격을 받았다"며 "이를 강력하게 규탄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외교부는 "미국의 이러한 패권 행위는 국제법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베네수엘라의 주권을 침해하며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며 "중국은 이를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미국 측이 국제법과 유엔 헌장의 목적과 원칙을 준수하고 다른 나라의 주권과 안전을 침해하는 것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ryupd0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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