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만 바라보던 MAGA 분열 기로…후계 싸움 본격화

트럼프 영향력 저하 속 '美 우선주의' 방향 놓고 입씨름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4.07.27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지예 객원기자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든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세력의 분열이 심상치 않다. 2028년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의 후계자 자리를 둘러싼 '마가의 내전'이 본격화했다는 관측이 잇따른다.

반유대주의·음모론·美 정체성 등 놓고 내부 충돌

지난 18~21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우파 진영의 연말 집회 '아메리카페스트'(AmericaFest) 행사는 보수 운동의 방향을 둘러싼 주요 논객들의 입씨름으로 얼룩졌다.

9월 암살당한 청년 우파 지도자 찰리 커크를 다함께 기리자는 취지는 무색해지고 반유대주의, 음모론, 미국인의 정체성이라는 주제를 놓고 서로에 대한 노골적인 비난이 난무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마가 운동이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며 이번 행사에서 우파 진영 내 이념적 파벌 간 갈등이 분출됐다고 지적했다. 한 참석자는 "이게 뭐지? 내부 부열인가? 싶었다. 우리는 같은 편인 줄 알았다"며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재 미국 보수 언론계에서 가장 목소리가 큰 벤 샤피로와 터커 칼슨의 언쟁이 압권이었다. 유대계인 샤피로는 칼슨이 반유대주의자 닉 푸엔테스를 인터뷰한 것을 문제 삼아 '도덕적으로 저능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칼슨은 샤피로를 향해 "거만하다"고 맞받았다. 그는 생전 커크가 '검열'을 금기시했다며 "찰리 커크 행사에서 다른 사람을 배제시키고 비난하려 하다니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온다"고 조롱했다.

아메리카페스트 행사. 2025.12.21 ⓒ AFP=뉴스1 ⓒ News1 이지예 객원기자

샤피로는 커크의 암살 배후에 이스라엘과 미국 정부가 있다고 주장한 보수 인사들을 두고 '사기꾼, '협잡꾼'이라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샤피로의 비난을 받은 또 다른 보수 논평가 메긴 켈리는 "우리는 더 이상 친구가 아닌 것 같다"고 일갈했다.

칼슨은 "나는 기독교인도 무슬림도 아니다"라면서도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수백만 명의 미국인을 공격하는 현상이 보인다. 역겹다"고 발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책사 격인 스티브 배넌도 한마디 보탰다. 그는 친이스라엘 인사들은 '미국 우선주의'가 아니라 '이스라엘 우선주의' 세력이라며 "미국을 또 다른 끝없는 전쟁에 끌어들이지 말라"고 주장했다.

'포스트트럼프' 대비 움직임…밴스, 유력 주자

AP통신은 "마가 운동은 특정한 이념적 목표를 추종하기보다 트럼프의 개성에 좌우되는 양상을 보였다"며 "헌법상 트럼프의 재출마가 불가함에 따라 추종자들이 트럼프 퇴임 이후를 대비하고 나섰다"고 분석했다.

미국 코넬대학교 글로벌 민주주의센터의 에삼 보레이 선임연구원은 알자지라에 "트럼프가 공화당과 의회, 보수 진영 전반에서 영향력을 잃어가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며 "우파의 내전은 사실상 후계 싸움"이라고 진단했다.

커크의 아내는 생전 남편의 바람대로 차기 대선에서 JD 밴스 부통령을 당선시키겠다고 공개 선언했다. 밴스는 공화당 대선 주자 중 현대 여론조사 지지율이 압도적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일부 마가 인사들은 그러나 '우파의 미래에는 다양한 비전'이 있다며 지지를 유보했다.

밴스 부통령은 아메리카페스트 폐막 연설에서 마가 세력의 단합을 촉구하며 "모든 미국인을 환영한다. 백인이든 흑인이든, 부자든 가난하든, 젊은이든 노인이든, 시골 출신이든 도시 출신이든, 논쟁적인 사람이든 조금 지루한 사람이든 그 중간이든 상관없다"고 말했다.

ez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