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케네디 센터' 개명에…케네디 조카 "곡괭이 들고 간다"

트럼프 장악 센터 폭주에 민주당 및 케네디가문 일제 반발
민주 "의회 조치 없이 변경 안돼"…공화당 일각도 "입법 필요"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존 F. 케네디 공연예술센터 외벽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추가되고 있다. 2025.12.19. ⓒ 로이터=뉴스1 ⓒ News1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장악한 존 F. 케네디 공연예술센터(케네디센터)의 명칭이 '트럼프-케네디센터'로 변경된 것을 두고 민주당과 케네디 일가가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명칭 변경이 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21일(현지시간) NBC에 따르면, 지난 19일 케네디센터 외벽에 '트럼프-케네디센터' 새 간판이 부착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구성한 이사진이 명칭 변경을 의결하고 백악관이 이를 발표한 지 불과 하루 만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케네디센터 설립을 규정한 아이젠하워·케네디·존슨 행정부 시절 제정된 법률에 센터의 본래 명칭이 명시돼 있고, 이를 바꾸려면 관련 법안이 의회 양원을 통과하고 대통령이 이에 서명해야 한다.

고(故)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인 케리 케네디(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의 여동생) 변호사는 19일 소셜미디어에 "(트럼프의 남은 임기) 앞으로 3년 1개월 동안 곡괭이를 쥐고 건물 외벽의 글자들을 떼어낼 것이다. 이를 위해선 사다리를 붙들어줄 이들이 필요하다"며 동참을 호소했다.

존 F. 케네디 종손자인 조 케네디 3세 전 하원의원은 백악관이 명칭 변경을 발표한 지난 18일 성명을 통해 "이 센터는 서거한 대통령을 기리는 살아 있는 기념물이고, 연방법에 따라 케네디 대통령의 이름을 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누가 뭐라 하든 링컨 기념관의 이름을 바꿀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 센터 역시 이름을 바꿀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상·하원 원내대표 척 슈머와 하킴 제프리스를 비롯, 케네디센터 이사회에 당연직으로 참가하고 있는 민주당 소속 의원 6명은 트럼프 행정부에 법 위반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연방법은 이 센터를 케네디 대통령을 기리는 기념물로 설립했고, 의회의 조치 없이 이름을 바꾸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케네디센터를 자신의 친구와 정치적 동맹에게 보상하는 데 이용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법적 권한 없이 공공기관에 자신의 이름을 붙이려 한다"고 비판했다.

명칭 변경에 찬성표를 던지지 않은 또 다른 당연직 이사 셸리 무어 캐피토 상원의원(공화·웨스트버지니아)도 "내 생각에 케네디센터는 케네디센터다"라며 "명칭 변경은 의회의 입법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존 슌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명칭 변경에 새로 입법이 필요한지에 대해 "이게(개명) 어떤 절차로 이뤄지는지 잘 알지 못한다"며 "법에 규정돼 있는지, 법률 사항인지, 이런 일을 하려면 법을 바꿔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가 있다. 조만간 그에 대한 답을 모두 얻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복귀 직후부터 케네디센터 손질 작업에 착수, 지난 2월 케네디센터 이사회 의장으로 자신을 임명하고 이사회를 자신의 측근으로 구성했다. 최근에는 케네디센터의 개명 가능성을 여러 차례 시사했다.

한편 백악관은 이사회가 만장일치로 명칭 변경에 찬성했다고 발표했으나, 당연직 이사인 조이스 비티 하원의원(민주·오하이오)은 "명칭 변경이 회의 전 배포된 안건에 포함되지 않았고, 화상회의에서 우려를 제기하려 하자 반복적으로 음소거됐다"고 반박했다.

이에 케네디센터 홍보 담당 부사장인 로마 다라비는 NBC에 "전체 이사회 구성원은 대면 참석 초청을 받았으며, 의결권이 없는 조이스 비티 같은 당연직 구성원을 포함해 모든 구성원에게 회의를 청취할 수 있는 특권이 부여됐다"고 밝혔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