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동맹 약화되면 달러도 무너진다” 영란은행 위원의 경고

"동맹 신뢰할 수 없으면 그 나라 통화 왜 보유하나"

콜로라도주 웨스트민스터의 한 은행에서 은행원이 달러를 세고 있다. 09.11.03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영국 캐서린 맨 영란은행(BoE) 통화정책위원은 3일(현지시간) 미국이 우방과 군사 동맹국에 대한 지원을 줄이면 달러 기축통화 지위가 약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맨 위원은 뉴욕에서 열린 행사에서 "어떤 나라를 동맹으로 신뢰할 수 없다면 왜 그 나라의 통화를 외환보유액으로 보유하겠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맨 위원은 미국이 과거 영국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00년 글로벌 외환보유액의 약 80%를 차지하던 파운드화는 현재 5% 수준으로 축소된 상태다. 달러화 비중도 지난 2016년 65%였으나 지난해 58%로 감소 추세다.

파운드 가치가 추락한 것은 1차 세계대전의 막대한 전쟁 비용으로 영국이 채권국에서 채무국으로 바뀐 것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20세기 미국 경제의 급성장과 2차 세계대전의 재정 타격이 겹치면서 가속화됐다.

맨 위원은 그러나 최근 연구에선 경제·금융 요인보다 영국이 세계 군사적 역할을 내려놓으면서 나타난 외교적 요인이 더 중요한 요소로 강조되고 있다며 "군사 동맹, 국가 간 제도적 관계, 각종 협정이 과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미국이 동맹에서 후퇴하는 모습에서 유사성을 본다"고 지적했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증액 압박이 미국의 역할 축소와 달러 지위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맨 위원은 이로 인해 "유럽과 주변 지역에서 유로화가 기축 통화이자 무역 통화로 더 큰 영향력을 갖게 될 수 있다"며 1920~30년대 달러가 중남미에서 영국 파운드를 대체한 것처럼 유럽에서도 유사한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국적의 맨 위원은 2021년부터 영란은행 통화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그전에는 씨티그룹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수석이코노미스트로 활동했다.

yeh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