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 민간기업 지분투자 15조원 육박…희토류·반도체·원전 쓸어담아
전략산업 공급망 자립 목적…최소 9곳 투자 받아
전문가들 정치적 거래 변질 우려…'미국판 국가자본주의' 지적도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민간 기업의 지분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6개월간 트럼프 행정부는 반도체·희토류·원자력 등 전략적으로 중요한 분야의 민간 기업 최소 9곳에 100억 달러(약 14조6000억 원) 이상을 투자했다. 직접 지분을 확보하거나 미래에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를 받는 방식이었다.
지분 투자 대상이 된 기업은 분야별로 보면 △US스틸(철강) △MP머티리얼스(광물) △트릴로지메탈스(광물) △리튬아메리카스(광물) △인텔(반도체) △벌컨엘리먼츠(광물) △리엘리먼트테크놀로지스(광물) △웨스팅하우스(원자력) 등이다.
투자는 국방부와 상무부, 에너지부 등을 통해 전방위적으로 이뤄졌다. 특히 중국이 공급망을 장악한 희토류와 핵심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 분야에 집중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같은 투자가 미국의 경제 안보에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백악관은 "기존 방식이 효과가 있었다면 미국이 핵심 광물과 반도체를 외국에 의존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납세자에게 이익이 돌아가고 민간 투자를 촉진하는 의미 있는 조처"라고 자평했다.
실제로 과거 행정부들은 보조금·대출·관세 등으로 산업을 지원했으나 기업 지분을 직접 매입하는 경우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제너럴모터스(GM)와 AIG 등의 사례밖에 없었다. 이마저도 2015년에 적정 수익을 남기고 지분을 청산했다.
하지만 이 같은 직접 개입은 공화당의 전통적인 가치인 '자유 시장'과 '작은 정부' 원칙을 스스로 허무는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가 경제의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는 국가자본주의적 발상이 미국에서 현실화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의 투자 결정 과정과 실제 효과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대럴 웨스트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NYT에 "여러 투자 건에서 심각한 검토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충분히 숙고한 것 같지 않으며, 납세자의 돈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기업은 정부의 지분 요구 압박을 우려해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과의 만남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부 투자에서는 특혜 의혹마저 제기된다. 희토류 자석 스타트업인 벌컨엘리먼츠는 상무부와 국방부로부터 총 6억7000만 달러(약 9800억 원) 규모 투자 및 대출 약속을 받아냈는데, 이 회사에 투자한 벤처캐피털 중 한 곳의 파트너가 트럼프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기 때문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인텔 최고경영자(CEO)의 사임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직후 정부의 지분 투자가 결정되고, 이후 트럼프 대통령 개인이 인텔 회사채를 사들인 사실이 알려지며 파문이 일기도 했다.
에런 바트닉 컬럼비아대 연구원은 투명성 부족과 편파성, 부패 가능성을 우려하며 "명확한 전략이 없다면 단지 친구를 선호하고 적을 배제하는 자의적인 거래로 변질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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