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자에 "돼지야" 트럼프 막말…백악관 "솔직함에 언론이 감사해야" 옹호

레빗 "질문에 답하려는 대통령 의지"
美 언론단체 "여성 향한 적대감" 비판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기자를 향해 "돼지야(piggy)"라고 폭언을 퍼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판하는 언론인들에게 20일(현지시간) 백악관이 "답변해 주는 데 감사해야 한다"며 엄호에 나섰다.

영국 가디언, 미국 미디어아이트 등에 따르면 이날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를 "돼지"라고 부른 것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직설적인 태도 때문에 재선됐으며, 언론인들은 질문에 답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에 감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레빗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짜뉴스를 지적하고, 허위 정보를 퍼뜨리는 기자들에게 좌절감을 느낀다"며 "그러나 언론에 전례 없는 접근성을 제공하고 거의 매일 질문에 답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등 뒤에 숨는 대신, 열린 마음으로 기자들 앞에서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지난 행정부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더 존중하는 태도"라며 "이 방에 있는 모든 사람이 트럼프 대통령이 거의 매일 보여주는 솔직함과 개방성에 감사해야 한다"고 옹호했다.

그러나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를 "돼지"라고 부른 당시 어떤 가짜뉴스와 허위 정보에 대응하고 있었는지 레빗 대변인이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에어포스원(대통령 전용기)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다 삿대질을 하고 있다. 2025.11.14. ⓒ AFP=뉴스1 ⓒ News1 이정환 기자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 14일 에어포스원(대통령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왔다.

당시 캐서린 루시 블룸버그통신 기자가 '엡스타인 문서에 불리한 내용이 없다면 왜 공개하지 않느냐'고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루시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조용히 해 조용히, 돼지야"라고 폭언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만난 자리에서 ABC 뉴스의 메리 브루스 기자가 왕세자를 향해 자말 카슈끄지 암살 관련 질문을 하자 "ABC 뉴스는 가짜 뉴스다. 업계 최악 중 하나"라고 공격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브루스가 엡스타인 문제를 질문하자 "문제가 되는 건 질문이 아니다. 당신의 태도"라며 "당신이 끔찍한 기자라고 생각한다"라고 일갈했다.

이에 미국 전문언론인협회(SPJ)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SPJ는 "이러한 사건들은 단발성이 아니며, 여성을 향한 적대감의 명백한 일부"라며 "자유롭고 독립적인 언론의 필수적인 역할을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