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에 깐깐했던 美우크라특사 내년 1월 퇴진…"친러파에 밀려"

친우크라 성향 켈로그 특사 임기 만료
후임은 안 정해져…美 우크라 외교라인 공백 가능성

키스 켈로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우크라아니 특사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특사로 활동했던 키스 켈로그가 내년 1월 물러난다고 로이터통신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켈로그는 백악관에서 대표적인 친우크라이나 인사로 꼽혔던 인물이다.

표면적인 사임 이유는 임기 만료다. 대통령 특사는 상원 인준 없이 360일간만 활동할 수 있는 임시직이다. 켈로그 본인도 현행법상 1월이 퇴진 시점이라고 언급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백악관 내 노선 갈등과 정책 주도권 다툼에서 밀려난 것으로 분석된다. 켈로그는 친러시아 성향인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와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현안에서 수시로 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켈로그는 러시아의 민간인 시설 공격을 강하게 비난한 반면 위트코프는 러시아 측 주장을 반복하며 우크라이나의 영토 양보를 옹호해 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2월 20일(현지시간) 키이우를 방문한 키스 켈로그 미국의 우크라이나 특사와 만나 얘기를 하고 있다. 2025.02.21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켈로그는 행정부 내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다루는 관리들이 너무 많고, 러시아 측이 평화 협상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불만을 주변에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협상 과정에서 켈로그는 점차 소외되는 모습을 보였다. 임명 당시에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모두 담당하는 특사였으나 3월에는 역할이 우크라이나 특사로 축소됐다. 러시아 측은 켈로그가 우크라이나에 지나치게 기울었고, 협상 과정에서 러시아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의 협상 참여를 '비생산적'이라고 간주했다고 한다.

지난 10월 켈로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백악관 회담에도 배석하지 않았다. 올해 2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거명한 우크라이나 협상팀 명단에서도 빠져 있었다.

최근 댄 드리스콜 미국 육군 장관이 이끄는 고위급 대표단이 새로운 평화안을 논의하기 위해 키이우를 방문했지만 켈로그 특사는 이 대표단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켈로그의 소외는 위트코프의 부상과도 맞물려 있다. 부동산 재벌 출신이자 트럼프의 40년지기인 위트코프는 최근 우크라이나의 영토 포기와 군비 축소를 골자로 하는 새로운 평화안을 주도하고 있다.

이 평화안은 켈로그 특사의 관여 없이 러시아 측과 협력해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켈로그의 퇴진은 백악관에서 위트코프로 대표되는 친러시아 기조가 힘을 얻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그의 사임 소식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영토 포기를 압박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에 알려져 우크라이나의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아직 켈로그의 후임은 정해지지 않았다. 미국은 아직 우크라이나 대사도 임명하지 않은 상태여서 특사의 공백은 한동안 미국의 대우크라이나 외교 라인에 혼란을 가중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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