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건 임명' 40년 판사 "트럼프, 민주주의 위협…싸우려 사표"

마크 울프 판사 "닉슨조차 은밀하게 하던 일, 트럼프는 공개적으로 반복"

마크 L. 울프 판사(위키미디어/하버드 케네디스쿨)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40년간 미국 연방 판사로 재직한 한 판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 민주주의에 대한 실존적인 위협이라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 판사는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에 맞서 명확하게 싸우기 위해 이틀 전 사표를 제출했다.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연방 판사 마크 L. 울프는 '디 애틀랜틱' 기고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법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고 있으며, 반대자들을 공격하고 친구나 후원자들은 수사와 처벌에서 면제하고 있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울프 판사는 "법무부와 연방 법원에서 50년 넘게 지켜온 모든 가치에 반하는 행동"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사임 이유에 대해 자기 생각뿐 아니라 동료 판사들의 의견까지 자유롭게 말하기 위해서라면서 "윤리 강령을 지키면서도 국민에게 솔직하게 말할 수 없는 고군분투 중인 판사들을 대변하고 싶다"고 했다. 연방판사 윤리강령은 대중의 신뢰감을 중시하는 조항으로, 주로 판사들의 공개 발언을 제한하는 근거로 쓰인다.

실제로 미국에서 하급심 판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여러 차례 제동을 걸어 왔고, 이에 대해 행정부는 일부 판사들이 정치적 편향을 보인다며 탄핵까지 거론하는 등 강경 대응을 해왔다.

울프는 "트럼프는 닉슨 대통령이 간헐적이고 은밀하게 했던 일을 공공연하고 반복적으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팸 본디 법무부 장관에게 제임스 코미 전 미연방수사국(FBI) 국장, 애덤 시프 상원의원,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부 장관을 기소하라고 요구한 SNS 게시물을 인용하며, 이후 코미와 제임스가 실제로 기소됐고 오바마 행정부 고위 정보기관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한다"면서 하지만 "그 말로 다른 모든 민주주의는 실패했다는 사실을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 민주주의가 그만큼 지키기 쉽지 않은 가치라는 의미다.

울프 판사는 1985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연방지법 판사로 임명됐으며,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 법무부에서 근무한 경력을 갖고 있다. 그는 매사추세츠 연방지방법원 수석 판사로서 보스턴 갱 단원 제임스 벌저의 재판을 주재했고, FBI의 비위 사실을 폭로한 661쪽 분량의 판결문을 작성한 바 있다.

백악관과 트럼프 진영 법률 전문가들은 울프 전 판사를 비판하며 "개인적 의제를 법에 끌어들이는 판사는 법정에 설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일부는 울프처럼 반(反)트럼프 성향의 판사들이 법원을 떠나야 한다고도 말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