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연은총재 "빈곤층 생계비 고통, 美경제 주요 변수 됐다"

윌리엄스 FT 인터뷰…저소득층 구매력 감소로 경기둔화 가능성 경고
'AI 거품론'은 부인…"실체 있고 근본적 변화 동인"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월급에 의존해 살아가는 저소득층이 고용 시장이 안 좋아지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것이 경기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12월 금리 결정을 놓고 중앙은행이 '균형 잡기'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연준은 최근 두차례 연속 금리를 0.25%포인트씩 인하했지만, 12월 추가 인하 여부는 신중한 분위기다.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윌리엄스 총재는 현장 데이터와 지역사회 지도자들과의 대화를 근거로 많은 저소득 가구가 생계비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소득층 및 중산층 가구가 구매력 측면에서 어느 정도 제약에 직면해 있다는 증거가 상당히 많다"며 "생활비, 주택 비용, 그리고 기본적으로 많은 가족들이 매달 근근이 생활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고소득층은 주식시장 호황의 혜택을 누리는 상황이다. 그는 이같이 계층별로 다른 소비 패턴을 '분절된 가계 행동'이라고 표현했다.

윌리엄스 총재는 미국 고용 시장이 냉각됨에 따라 미국 가계의 분절된 행동이 연준이 12월에 금리를 인하해야 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는 이 결정을 "균형 잡힌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고소득층이 증시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은 금리를 동결할 이유가 되지만 저소득층이 고용시장 악화로 생활비가 모자라 소비를 줄이고 있는 것은 금리를 내려야 할 이유인 셈이다. 그러니 균형 잡힌 시각으로 금리 정책을 더 정교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뉴욕시장 선거에서는 "생활비를 낮추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진보 성향의 조란 맘다니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윌리엄스 총재는 12월 연준의 결정이 균형 잡기가 되어야 함을 다시 강조하며 "인플레이션은 높고 현재로서는 하락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동시에 경제는 어느 정도 회복력을 보인다"고 했다.

그는 미국 노동 시장은 여전히 "점진적으로 냉각되고" 있지만 "더 극적으로 변화하지는 않았(더 나빠지지는 않았다는 의미)"고 올해 초와 달리 "아무도 경기 침체에 대해 실제로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는 등 복잡 미묘한 현재의 경제 상황을 나열했다.

윌리엄스 총재는 경기침체 우려가 잠잠해진 이유로 인공지능(AI) 붐을 들었다. 무역 갈등에 대한 암울함이 AI 및 AI 관련 투자 붐에 대한 낙관론으로 대체됐다고 본 것이다. 그는 과거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4%까지 끌어올리고 성장률을 1% 이하로 낮출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윌리엄스 총재는 AI가 생산성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전망이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라고 평가하면서도, 실제로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판단을 유보했다.

AI 관련 투자가 성장세를 이끄는 반면, 주식시장 급등으로 인해 거품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걱정할 것이 없다고 했다. 윌리엄스 총재는 "과도한 투자가 있을 수 있고, 어떤 기업은 성공하고 다른 기업은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벌어지는 일은 실체가 있고, 근본적인 변화가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과도한 부채에 의존하지 않고 대부분 자본으로 조달되고 있다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 셧다운으로 인해 공식 경제지표가 부족하다는 제롬 파월 의장의 견해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윌리엄스는 "정부 셧다운 여부와 관계없이 우리는 충분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며 "100년 넘게 미국 경제를 측정할 수 있는 뛰어난 지표들을 발전시켜 왔다"고 말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