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간 낭비 원하지 않아"…푸틴과 헝가리 회담 보류

"이틀내 우크라 전쟁 새로운 구상 공개"…백악관 "가까운 미래 회담 계획 없어"
미·러 외교 회담 사전조율서 삐걱…러 "돈바스 전체 넘겨야" 입장 고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8월 15일(현지시간) 알래스카 앵커리지의 엘멘도르프-리처드슨 합동 기지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협상을 위한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위해 회견장에 입장하고 있다. 2025.08.15.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시간 낭비를 원하지 않는다"며 예고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헝가리 정상회담이 보류됐음을 확인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푸틴 대통령과 2시간 30분간의 전화 통화를 갖고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2주 내에" 만나 종전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푸틴과의 회담에 대해 "나는 헛된 회담(wasted meeting)을 하고 싶지 않다. 시간 낭비(a waste of time)를 원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틀 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자신의 새로운 구상을 공개하겠다며 푸틴뿐 아니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종전을 원하고 있어 "전쟁이 끝날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의 발언 직전 백악관도 트럼프와 푸틴 간 정상회담 계획이 당분간 없다고 밝혔다. 백악관 관계자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가까운 미래에(in the immediate future) 회담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전날(21일) 헝가리 회담 준비를 위해 가진 전화 통화는 "생산적이었다"면서도 "국무장관과 외무장관 간의 추가 대면 회담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푸틴과의 정상회담을 보류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서 별다른 진전이 없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루비오 장관과 라브로프 장관의 통화에서 러시아는 종전 조건으로 우크라이나가 돈바스 지역 전체를 넘겨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크렘린궁도 이날 "정상회담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은 없다"고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의 입장이 두 달 전 알래스카에서 양국 정상이 만나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했던 것과 동일하다고 밝혔다.

트럼프와 푸틴 간 정상회담이 무산되면서 오는 26~27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에서 루비오와 라브로프의 회담 가능성도 불확실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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