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中전승절 등장 자체로 핵보유국 위상…북미대화 어려워"

美CSIS 전문가 "北 새로운 친구들 생겨…한·미와 대화 유인 낮아"
"오바마 정부, 中 끌어들여 비핵화 모색 실패…북핵에 中 영향력 거의 없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리셉션 행사에 참석했다. 이날 앞서 이들은 톈안먼 일대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승전 80주년 기념 열병식 행사에 참석했다. 2025.09.03 ⓒ AFP=뉴스1 ⓒ News1 최종일 선임기자

(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중국 전승절 80주년 행사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 자체로 핵보유국의 지위를 인정받은 것이며,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미국과 한국과의 대화 유인은 높지 않다고 미국 안보 전문가가 분석했다.

버락 오바마 2기 행정부에서 국무부 북핵 6자회담 특사를 지낸 시드니 사일러는 11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의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팟캐스트에 출연,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서 푸틴, 시진핑과 나란히 행사장에 선 것 자체가 핵보유국 지도자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일러는 2018년과 2019년 북한이 중국, 미국과 정상회담을 시도한 것에 대해 "적어도 비핵화하지 않는, 핵보유국으로서 가능한 외교와 국제사회 분위기를 탐색하려 한 의도가 있었다"라고 짚었다.

그는 "그러나 김정은은 실패했고, 하노이(2019년 북미 정상회담)에서의 실패로 정점을 찍었다. 그 어떤 협상 상대도 그가 추구하던 핵보유국으로서의 북한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일러는 북한이 핵보유국으로서 인정받는 중대한 전환점으로 러시아와의 관계 진전을 꼽았다.

사일러는 "북한과 러시아와의 관계가 지난 2년간 변화하면서, 양국 간 영역을 넘어 (북한의) 목표를 진전시키는 데 도움이 됐다"면서 "무엇보다 김정은이 (전승절) 퍼레이드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행사장에 입장하는 모습을 통해 자신이 (권위주의) 세계 지도자임을 보여줬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시진핑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고 선언할 필요도 없고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부 장관의 '우리는 북한 입장을 이해하고 존중한다'라는 말을 따라 할 필요도 없었다"면서 "김정은을 초청하고 그에게 그런 두드러진 자리를 허용한 중국의 행동 자체가 동일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김정은은 이전보다 더 유리한 환경에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며 제재를 무시하는 국가들과 관계를 유지하고 생존을 모색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면서 "이런 점에서 중국이 북한과 러시아와 관계에 대해 상당히 우려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시진핑이 김정은을 더 많은 대화에 끌어들이려는 신호였고, 김정은도 중국으로부터 더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탐색하고 싶어 할 수 있지만, 북한-중국 관계의 돌파구가 마련됐다고는 보진 않는다"면서 "독재자들 사이에는 항상 그들만의 긴장과 어려움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사일러는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이재명 대통령 모두 외교에는 열려 있다"면서도 김정은이 손을 내밀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이들도 현실적으로 대처할 것이기 때문에 성사되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중국 전승절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의 핵심은 결론적으로 '이제 나(북한)는 새로운 친구들이 생겼고, 다른 동네에 살고 있다. 계속 문을 두드려도 나는 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드니 사일러는 CSIS 선임고문을 맡고 있기도 하다.

그는 김 총비서가 20여개국 정상이 참여한 중국 전승절 행사에서 여러 국가 지도자와도 어울리는 모습을 상기하면서 "이는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공고히 하려는 장기적 목표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사일러는 '북한 비핵화' 목표와 관련, 오바마 행정부가 중국, 북한과 물밑 접촉을 통해 중국이 북한의 변화를 끌어내길 바랐지만 결과적으로는 효과가 없었다면서 "북한 핵 문제에 있어 중국은 현재 영향력이 거의 없다"라고 평가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일 김정은 당 총비서가 중국인민항일전쟁 및 세계반파쇼전쟁승리(전승절) 80돌(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한 사실을 4일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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