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6개월' 트럼프 덮친 '엡스타인 스캔들'…정치적 위협 부상
WSJ '음란편지' 보도로 논란 재점화…WP "약해진 지지기반 아예 잃을 수도"
NYT "수상쩍은 엡스타인-트럼프 봤다" 증언 공개…로라 루머 "트럼프 정부 집어삼킬 수도"
- 양은하 기자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재집권 후 취임 6개월을 맞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엡스타인 스캔들'이 새 정치적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가의 유명 투자자 출신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은 2019년 미성년자 수십명을 상대로 성 착취 및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체포된 뒤 같은 해 구치소에서 자살했다. 이후 정·재개 인사들이 포함된 성 접대 리스트(엡스타인 파일)가 존재한다는 의혹이 일었고 트럼프도 그와 친분이 깊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일을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0일(현지시간) '엡스타인 스캔들'이 계속 대중의 관심을 끈다면 이미 지지율 하락세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 기반을 잃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엡스타인 파일' 공개를 두고 논란이 커진 가운데, 지난 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새로운 보도로 논란이 증폭됐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20여년 전 엡스타인의 50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외설적인 그림이 그려진 편지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직접적인 증거는 아니지만, 사실이라면 그동안 엡스타인의 범행과 연루설을 일축했던 트럼프의 주장을 흔들 수 있는 정황을 담고 있다.
트럼프는 보도 직후 강하게 반발했고, 이튿날 기사를 보도한 WSJ과 언론사주인 루퍼트 머독을 상대로 100억 달러(약 14조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여러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재집권에 성공했지만 최근 엡스타인 문제는 지지층 사이에서 이례적인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이 입소스에 의뢰해 지난 17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인의 60%가 "정부가 엡스타인의 사망에 대한 세부 사항을 숨기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는데 이중 공화당 지지자가 55%에 달했다. 또 69%는 "정부가 엡스타인 고객에 대한 세부 정보를 숨기고 있다"고 응답했는데 이중 공화당 지지자는 62%였다.
지난 7일 법무부가 "엡스타인 성 접대 리스트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사건에 대한 추가 자료 공개가 없을 것"이라고 한 발표는 트럼프의 강력한 지지층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의 반발을 키웠다.
일부 지지자들은 엡스타인 사망 배후에 '딥스테이트'(Deep state·막후 실세 관료 집단)가 있다는 음모론을 두고, 기대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적극 나서지 않는다며 분노를 표출했다고 WP는 전했다.
엡스타인 사건은 앞으로 지지층의 분열을 더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가 진영의 인플루언서인 로라 루머는 "이번 논란이 트럼프 정부를 집어삼킬 수 있다"고 말했다.
WP는 또 트럼프의 핵심 지지 기반이 굳건하더라도 지난해 대선에서 그에게 몰표를 준 무당층 유권자들이 엡스타인 사건에 실망해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엡스타인 파일에 등장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증언' 제하의 기사에서 트럼프가 엡스타인과 어울리던 1990년대 두 사람을 한 자리에서 목격했다는 엡스타인 회사 직원의 증언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1995년 당시 20대 중반이었던 마리아 파머는 어느 날 밤 갑작스럽게 엡스타인의 호출을 받고 맨해튼의 고급 빌딩 내 그의 사무실로 불려갔다.
그 때 정장 차림의 트럼프가 사무실로 들어오더니 러닝 반바지를 입은 그녀의 맨 다리를 훑어보는 바람에 두려움을 느겼다고 했다. 마침 사무실에 도착한 엡스타인이 트럼프를 향해 "아냐, 아냐, 그녀는 당신을 위해 여기 온 게 아냐"라고 말했다. 파머는 두 사람이 사무실을 나서면서 트럼프가 '16살인 줄 알았어'라고 언급하는 것을 들었다고 했다.
그녀는 이후 트럼프와 더 이상의 사건은 없었고, 트럼프가 어떤 부적절한 행동을 벌였는지 알지 못한다면서도 1996년과 2006년 경찰과 연방수사국(FBI)에 이 같은 내용을 증언한 이후로 수사당국이 이를 어떻게 처리했는지는 궁금하다고 말했다.
NYT는 "그녀의 이 진술은 트럼프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엡스타인 사건 수사기록에 이름이 올라 있을 가능성에 대해 보여주는 가장 명확한 근거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yeh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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