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머스크 이전투구…이번에는 머스크가 옳다[시나쿨파]
- 박형기 기자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규모 감세안을 두고 트럼프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말 그대로 개싸움(dog-fight, 격전·난투)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는 남아공 출신인 머스크의 추방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고, 머스크는 신당 창당을 해야 할 때라고 맞섰다.
양측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으로 보인다.
둘 다 직설 화법이 특징이다. 하고 싶은 말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그들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자본시장은 큰 충격을 받고 있다. 1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테슬라가 5% 이상 급락하는 등 나스닥이 1% 가까이 하락했다.
머스크는 트럼프가 추진하는 법안이 미국의 재정 적자만 증폭시킬 뿐이라며 “미친 짓”이라고 결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전 세계 언론도 머스크 편에 서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가 주장하는 ‘크고 아름다운 법안’은 미국의 자해 행위라고 일갈했고,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 거의 모든 유력 언론이 대규모 감세안은 재정 적자를 팽창시켜 미국 경제를 옥죄는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일제히 지적하고 있다.
실제 시장은 이미 이 같은 리스크를 반영하고 있다. 유로 대비 달러 가치가 2021년 8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당초 머스크는 민주당 성향으로 분류됐었다. 전통적으로 공화당은 굴뚝 기업, 민주당은 기술 기업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에서 사이가 틀어졌다. 바이든 행정부 초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전기차 회사 CEO들을 백악관으로 초청, 전기차 판촉 행사를 열었다.
그런데 정작 미국 최대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의 머스크 CEO는 제외됐다. 테슬라에 노조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단지 노조가 없다는 이유로 테슬라를 유령 취급한 것이다.
이후 머스크와 민주당의 관계는 소원해졌고, 머스크는 민주당에 앙갚음을 하려 했음인지 지난 대선 때 돌연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고, 트럼프 당선의 일등 공신이 됐다.
이후 양자는 한동안 밀월을 이어 왔으나, 세금 안을 계기로 불구대천의 원수가 됐다.
필자는 머스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세계적 기업의 CEO라고 하기에는 입이 너무 가볍고, 테슬라도 터무니없이 고평가돼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트럼프보다는 낫다. 트럼프는 관세 폭탄으로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준 것도 모자라 대규모 감세안으로 미국의 경제까지 흔들고 있으니 말이다.
살다 살다 머스크 편을 들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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