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몸무게 120㎏, 비만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단사 볼루미노사(Danza Voluminosa) 단원들이 13일(현지시간) 쿠바 하바나 국립극장에서 '백조의 호수'를 공연하고 있다. ⓒ AFP=뉴스1
단사 볼루미노사(Danza Voluminosa) 단원들이 13일(현지시간) 쿠바 하바나 국립극장에서 '백조의 호수'를 공연하고 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김진 기자 = "우리가 공연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정말 '죽음 같은 침묵'이 깔렸죠. 관객 몇 명은 자리를 떠났고 어떤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렸죠. 하지만 결국 우린 관객들로부터 승리했어요."

쿠바 발레단 '단사 볼루미노사(Danza Voluminosa)'의 단장 후안 미겔 마스(50)는 초기 공연 반응을 이같이 회상했다고 19일(현지시간) AFP통신은 보도했다. '볼륨'을 의미하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발레단 무용수들의 평균 몸무게는 100~120㎏다.

흔히 유럽인들의 고상한 취미로 알려진 발레는 쿠바에서 가장 대중적인 스포츠의 하나이다. 60년대 카스트로 정권이 발레를 전폭적으로 지원했고 오늘날 수천 명의 쿠바 어린이들이 발레 교육을 받고 있다. 쿠바 출신 무용수들은 늘씬한 몸매로 유명하지만, 쿠바 인구의 44%는 비만이다.

마스 단장 역시 비만이다. 쿠바 국립 발레단원과 현대 무용 댄서로 활동했던 그는 20년간 거대한 몸을 미학적으로 움직이는 방법을 연구했다. 1996년 발레단을 창단한 마스 단장은 "나처럼 크고 부드러운 몸을 가진 사람들과 이를 이용한 춤을 만들고 싶었다"며 "이 시도는 뚱뚱한 사람들은 예술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또 "뚱뚱하지만 춤을 통해 스스로 표현하려는 욕구가 있는 것"이라며 "우리의 춤은 날씬한 무용수들의 춤과는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역경도 있었다. 20명이었던 창단 멤버는 7명으로 줄었다. 발레단에서 활동중인 메이린 다사(36·여)는 "비만으로 동료들을 잃었다"며 "하지만 우린 여전히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쿠바 출신 작가·예술가 연합인 UNEAC과 미국 매사추세츠 대학간 문화 교류의 일환으로 지난 13일 쿠바 아바나 국립극장에서 '백조의 호수' 리허설을 선보였다. 점프나 허리를 숙이는 동작 대신 팔과 다리를 활용한 동작들을 이용했다.

마스 단장은 "갈수록 발전하는 실력과 미적 의미, 그 뒤에 숨은 노력을 포착한 관객들은 결국 우리에게 박수를 쳤다"고 말했다. 또다른 단원 루비 아마리오(34)는 "이제 관객들은 우리의 안무에 더 집중한다"며 "아무도 우리를 비웃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연습중인 쿠바의 '볼루미너스 댄스' 단원과 후안 미겔 마스 단장(오른쪽). ⓒ AFP=뉴스1

soho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