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조선 수주 63% 가져가는데…한국·일본 살길은 '스마트로봇'
FT 보도…중국과 경쟁 심화로 스마트조선소 전환 필수화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중국이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의 60% 이상을 쓸어 담으며 시장을 독점하자, 한국과 일본 조선업계가 '스마트 조선소' 전환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중국의 조선업 독점에 대한 미국의 경계심이 강해지는 가운데 한국과 일본이 인력 부족과 밀린 수주 잔고, 치열한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스마트 로봇 투입이 필수 과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과 일본은 조선업 세계 2위와 3위로 지난해 전 세계 선박 생산량의 40%를 차지했고, LNG 운반선·잠수함·선박 엔진 분야에서 핵심 기술력을 보유해 미국의 대중국 의존도 축소에 필수적인 국가들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조선소가 용접 로봇과 스마트 시스템 도입 측면에서 이미 이들을 앞지르고 있어 넘어야 할 산이 크다고 지적한다.
우종훈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FT 인터뷰에서 "중국은 한국과 일본에 비해 조선업에 로봇을 훨씬 더 적극적이고 빠른 속도로 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규격화된 제품을 생산하는 자동차와 달리 선박은 디자인과 구조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자동화가 어렵다.
또한 조선소는 건물 공사 현장처럼 좁고 불규칙한 공간이 많아 제조 환경이 복잡하고 위험하다. 이 때문에 조선업은 숙련된 고령 노동력에 크게 의존하는 실정이다.
한국 최대 조선사의 계열사인 HD현대삼호 관계자는 FT에 "우리의 미래 경쟁력과 장기적인 생존은 AI와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한 다목적 로봇을 개발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로봇은 인력 부족을 메우고 제품 품질을 보장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작업자 한 명이 용접 셀 하루 30개를 완성하는 반면 로봇은 최대 50개까지 가능해 선박 인도 시기를 며칠 단축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세계 최대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인 화낙(Fanuc)은 조선업체 전용으로 맞춤 제작된 최초의 용접·도장 기계를 생산했으며, 7만 5000명 규모의 일본 조선업계에서 야간작업이 가능하도록 사람만큼 많은 로봇을 배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베 겐이치로 화낙 수석 상무이사는 "조선업체들은 이제 자동화가 시급하다고 보고 있으며 시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말했다.
울산에 위치한 HD현대의 조선소에서는 로봇이 설계 데이터를 활용해 용접 위치를 파악하고, 블록 사이를 이동하며 단순 용접을 수행하는 동안 작업자는 컴퓨터 시스템을 통해 작업을 감독한다.
국내 3위 업체인 한화오션은 표준화된 용접 작업의 경우 작업자 한 명이 로봇 최대 10대를 관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자동화 부문에서 더 앞서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홍콩폴리텍대의 조지 황 교수는 한국과 일본 조선소가 로봇 채택 측면에서 5년가량 앞서 있을 것으로 추정하면서도, 중국이 그 안에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구 감소를 겪는 중국 또한 젊은 층이 힘들고 위험한 조선업을 기피하면서 자동화가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
조선업계의 궁극적 목표는 AI·빅데이터·디지털 트윈을 활용해 2030년까지 일부 생산 라인을 완전 자동화하고 소규모 '다크 팩토리(무인 공장)'를 구축하는 것이다.
한화오션은 최근 2년간 스마트 조선소에 1600억 원을 투자해 2030년까지 생산의 70%를 자동화하고 미국 사업장에도 이를 도입할 계획이다.
다만 우종훈 교수는 "복잡한 작업에는 여전히 인간의 손길이 가진 손재주가 필요하기 때문에" 향후 5년 내에 전면적인 자동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HD현대삼호 관계자 또한 단순 용접은 90% 이상 로봇이 수행할 수 있지만, 곡블록 용접·도장·배관 등 복잡한 공정은 여전히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연구원은 "한국과 일본에 로봇이 절실하지만,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반면 정부의의 전폭적인 지원을 업은 중국은 시행착오 비용을 훨씬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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