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러·이란 결속' 간과…한미훈련 축소 '오판' 일파만파

외신·전문가들 "이란·우크라 전쟁 속 뭉친 'CRINK'에 전략적 기회"
유럽·중동·아시아 분쟁 연결 징후…"오히려 미, 동맹과 군사협력 강화할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내빈들이 작년 9월 3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시 톈안먼(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전승절'(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 AFP=뉴스1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격적인 한미 합동 군사훈련 축소를 놓고 미국이 '크링크'(CRINK, 중국·러시아·이란·북한의 영문명 첫 글자를 묶은 약칭) 반미 동맹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우려가 높다.

미국·이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CRINK 협력이 빠르게 강화되는 상황에서 한미 동맹 약화를 무릅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유화책이 북한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에까지 전략적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미 국무부 군축·검증·이행 담당 차관보를 지낸 프랭크 로즈 슈발리에전략자문(CSA) 대표는 18일(현지시간) 호주 전략정책연구소(ASPI) 기고문에서 "대북 외교 재개 모색 자체는 잘못된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하필 지금 한미 훈련 축소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 정부의 올해 연례 위협평가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이 강력한 핵무기 확대 의지를 유지하고 있고, 사거리와 정확도를 높여 미국 본토 방공망을 위협하는 미사일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배우고 있는 것들"이라며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 전자기전, 장거리 정밀 타격, 빠른 전술 개발 등의 군사 기술과 전쟁 경험을 습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로이터=뉴스1

로즈 대표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전쟁은 현대전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군이 얼마나 빠르게 상황을 학습하고 적응해야 하는지 여실히 보여줬다며 지금은 미국 역시 '고품질의 동맹 군사 훈련'이 긴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미 해군 소장을 지낸 마크 몽고메리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최근 공동 출간한 저서 '침략자들의 축'(Axis of Aggressors)에서 중국·러시아·이란·북한이 군사·기술·경제·사이버 영역 전반에서 600건 넘는 협력을 이어가며 전략적 협력 관계를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몽고메리 연구원은 자유유럽방송(RFE/RL)과의 인터뷰에서 "CRINK의 공조 수준이 상당히 과소평가 되면서 이들의 집단행동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미흡한 수준"이라며 "우크라이나는 분명 러시아, 이란, 북한, 중국 모두와 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가 각각 북한, 이란과 상호 지원을 확대하고 중국 역시 대북 영향력을 지속하는 가운데 물밑에서 러시아와 이란을 돕고 있다며, 여러 전선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위기가 발생할 경우 과연 미국이 대응할 역량이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훈련 축소 결정에 대해 미국 내부적으로도 '러시아를 돕는 어리석고 엉터리 같은 행보'이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북한군이 러시아를 도울 여력을 확대하는 조치라는 지적이 속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는 27일까지 예정돼 있던 '을지 자유의 방패(UFS)' 훈련 일정이 미 측의 제안으로 21일로 단축하기로 결정된 19일 경기 동두천시 주한미군 기지에서 미군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언급하며 한미 연합훈련을 대폭 축소할 것을 지시했다. 2026.8.19 ⓒ 뉴스1 최지환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작년 9월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서 나란히 톈안먼(천안문) 망루에 서며, 냉전 종식 이후 처음이자 옛 소련 시절인 1959년 이후 66년 만에 북·중·러 정상의 공식 석상 회동을 연출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필립 세틀러 존스-선임연구원은 "유럽과 중동의 분쟁들이 서로 연결되고 있고 다음은 아시아 차례일 수 있다"며 "1930년대 아시아와 유럽에서 제각각 발생한 분쟁들이 '세계 대전'으로 수렴돼 유럽 제국들을 붕괴시키고 수정주의 독일과 일본을 패배시키며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가 열린 바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장기전은 공통의 전략적 목표에 기반한 연합 세력을 형성한다"며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진행 중인 전쟁이 연결 기미를 보이는 국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훈련을 축소했다고 우려했다.

ez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