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구나"…쓰나미로 떠난 日할머니 편지, 25년 건너 손자에게

2001년 타임캡슐 행사때 13세 손주에 쓴 글, 올해 개봉
"동일본대지진때 못한 조모의 작별인사, 이제야" 뭉클

동일본 대지진 발생 13주기를 맞은 2024년 일본 미야기현 센다이에서 사람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2024.03.11 ⓒ AFP=뉴스1 (자료사진)

(서울=뉴스1) 김경민 기자 = 동일본 대지진 쓰나미로 사망한 이와테현 미야코시의 카키자키 키요코 할머니(당시 80)가 25년 전 쓴 편지가 이달 손자에게 전달됐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2일 보도했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뮤지션인 카키자키 타카후미(38)는 지난 1일 키요코 할머니가 보낸 편지가 모리오카시에 있는 본가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어머니로부터 전해 듣고 놀라움에 말을 잃었다.

2장 분량 할머니의 편지는 2001년 2월쯤 작성됐다. 당시 미야코시에서 25년 후 메시지'로서 타임캡슐에 넣을 편지를 접수했고, 키요코 할머니는 13살이었던 손자에게 보내는 편지를 맡겼었다. 타임캡슐은 올해 3월 개봉됐고, 타카후미에게 전달될 수 있었다.

키요코 할머니는 편지에서 "25년 후 타카 군의 모습을 보고 싶지만 그렇게까진 살 수 없다"며 "좋은 손자를 둬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에 나가면 열심히 노력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다정한 마음을 언제까지나 간직하라"고 당부하며 "타카 군, 안녕, 잘가"라고 적었다.

키요코 할머니는 학교 교사로 퇴직한 후에도 자택에서 등교를 거부하는 학생의 학습 지원을 도왔다. 자신의 제자에게 자랑할 정도로 손자를 사랑했다.

하지만 2011년 3월 11월 이와테현 미야코시를 들이닥친 쓰나미로 황망하게 목숨을 잃었다. 당시 일본 관측 사상 최대 규모인 9.0의 지진이 초대형 쓰나미를 몰고 오면서 일본 도호쿠 지방에서 약 2만 명이 사망·실종됐다.

타카후미는 할머니가 처음에 뮤지션의 길을 반대했다가 돌아가시기 두 달 전 "음악의 길에서도 제대로 살라며 인정해 줬다"며 "그게 마지막 대화"라고 전했다.

이어 "지진 때 하지 못했던 작별 인사를 드디어 할 수 있게 됐다"며 할머니의 '안녕'이라는 맺음말에서 "15년 전 하지 못했던 작별의 인사를 받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또한 할머니가 편지로 "똑바로 살라고 타이르시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며 "음악가로서 모두를 기쁘게 하는 활동을 하는 게 할머니한테 보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m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