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K-애니, 하청 넘어 '독자 작품'으로 해외시장에 도전장"
신진 제작자·기술 혁신에 세계 무대서 주목…'케데헌' 성공에 자극
- 이정환 기자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미국 CNN이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이 '해외 하청 기지' 역할을 넘어 '독자 콘텐츠 제작'에 나서고 있다고 주목했다.
CNN은 6일(현지시간) "이제 한국은 세계가 자국 애니메이션을 봐주길 원한다"며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성공을 계기로 산업의 잠재력을 끌어내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은 지난 40년 동안 한국 애니메이터들이 '심슨 가족', '배트맨', '트랜스포머 더 무비' 등 수많은 북미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해 온 핵심 인력이었다고 소개했다.
특히 한국 애니메이션의 '대부'로 불리는 에이콤(AKOM) 스튜디오의 신능균 회장을 조명하며, 한국은 낮은 임금과 숙련된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하청 산업을 구축한 나라였다고 설명했다.
하청 제작은 2000년대 초반부터 인건비 상승으로 경쟁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위기감은 독자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려는 움직임으로 이어졌지만, 투자자와 관객 모두 국산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다.
다니엘 마틴 한국과학기술원(KAIST) 영화학 교수는 한국 애니메이션이 "애니메이션 기술 수준은 매우 높지만, 창의적인 표현을 허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틴 교수는 2003년 장편 애니메이션 '원더풀 데이즈'의 "처참한 실패"를 거론하며, "20년도 더 된 일이지만, 어떤 면에서 업계는 여전히 실패의 여파를 느끼고 있다"고 CNN에 전했다.
미국의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이 제작한 케데헌의 성공은 관객과 투자자들의 관심을 불러모았지만, '한국 애니메이션의 성공'으로 오해받으며 예산 부족에 시달리는 국내 제작자들의 소외감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CNN은 새로운 창작자들이 등장하면서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짚었다. 한지원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이 별에 필요한'은 "시각적 걸작"이라는 봉준호 감독의 찬사를 받았고,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에도 올랐다.
한 감독은 한국 애니메이션은 여전히 통일된 시각적 언어가 부족하지만, "자신만의 이야기"와 화풍을 만들어가는 소규모 스튜디오가 늘고 있다며 "하청 업체에서 창의적인 스튜디오로 전환하는 분기점에 와 있다"고 CNN에 전했다.
기술적 혁신 사례도 눈에 띈다. 전 세계에서 83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린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의 장성호 감독은 소프트웨어 '언리얼 엔진'을 활용해 제작비를 획기적으로 절감했다.
장 감독은 자체 개발 인공지능(AI) 등을 통해 제작 기술을 고도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K콘텐츠가 엄청난 성공을 거두는 동안 애니메이션은 상대적으로 약했다"며 그 잠재력을 조명하는 것이 "정말 하고 싶었던 일 중 하나"라고 CNN에 전했다.
한국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애니메이션 산업 매출 1조 9000억 원, 수출액 1억 7000만 달러 달성을 목표로 향후 5년간 10억 달러(약 1조 4600억 원) 규모 펀드를 조성했다. 봉 감독은 제작 700억 원 규모의 장편 애니메이션을 2027년 개봉 목표로 제작 중이며, 김태용 감독 등 스타 감독들도 애니메이션 작업에 뛰어들고 있다.
장 감독은 한국의 애니메이터들이 "이미 창의적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업계에 그 재능을 지원할 인프라가 부족했을 뿐이라며, 최근 케데헌 등 애니메이션 히트작들이 불러온 관심이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CNN에 전했다.
jw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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