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장기화에 중국 문턱 닳는다…"中이 이란 움직여야"

UAE 왕세자·스페인 총리 등 방중에 中 '외교 슈퍼위크'
中 역할론 부상 속 관영지 "일부 국가가 탓" …美 겨냥

12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의 오만 무산담주 해안에 있는 선박의 모습. 2026.04.12. ⓒ 로이터=뉴스1

(베이징=뉴스1) 정은지 특파원 = 중동 전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주요국 고위급 인사가 잇따라 중국을 방문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 중동 전쟁 중재에 있어 적극적 역할을 하고 이란에 큰 압력을 가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최근 중국을 방문했거나 방문 예정인 주요국 고위 인사로는 아랍에미리트(UAE)의 셰이크 칼레드 빈 무함마드 알나하얀 아부다비 왕세자,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또 럼 베트남 서기장,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시린톤 태국 공주, 제리 브라운리 뉴질랜드 국회의장, 다니엘 샤프 모잠비크 대통령 등이 있다.

시진핑 주석은 전일 베이징에서 칼레드 왕세자와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 회담과 각각 회담하고 "오늘날 세계가 혼란에 빠져있다"며 다자주의 수호 필요성을 주장했다.

시 주석은 칼레드 왕세자와의 회담에서 중동 평화와 안정 유지를 위한 4가지 제안을 하고 "국가 주권의 원칙을 준수하고 세계가 정글의 법칙으로 되돌아가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리창 국무원 총리와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도 산체스 총리와 각각 회담했다.

서기장에 이어 국가주석에 선출된 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 또 럼 서기장은 왕후닝 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과 회담했다.

또 럼 서기장은 14일 시작된 방중 기간 시진핑 주석을 포함한 서열 1~4위와 모두 회담할 예정이다.

이란의 주요 우방국인 러시아의 라브로프 장관도 중국을 방문해 왕이 외교부장과 회담했다. 이란 전쟁이 발생한 후 왕이 부장의 첫 번째 외교장관 통화가 라브로프 장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라브로프 장관은 이번 방문에서 이란 정세에 대해 중국과 조율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최근 일련의 집중적 고위급 외교 접촉은 국제사회가 글로벌 주요 이슈에 대해 중국이 책임 있고 건설적 역할을 수행하기를 기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신화통신 계열의 SNS 계정인 뉴탄친은 "최근 베이징엔 정상회담도, 국제 포럼도 없지만 많은 정치인이 모이고 있다"며 "이는 매우 드문 일"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주요국 고위급 인사들이 중국을 연쇄 방문하는 것이 이란 전쟁에 있어 중국의 보다 더 적극적 역할을 기대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아부다비 왕세자가 방문한 UAE의 경우, 이란의 공격을 가장 심하게 받은 걸프국 중 한 곳이다. 이란의 공격으로 에너지 시설, 산업 기지, 민간 시설 등이 피해를 보았는데, 이 과정에서 두바이 등에 위치한 중국의 금융 인프라 자산도 공격 대상이 됐다.

산체스 총리는 시 주석과 회담 후 기자회견을 갖고 스페인이 미국의 군사 행동에 반대하는 입장이 가장 확고한 유럽국 중 하나라는 점을 언급하며 "중국이 중동 전쟁 해결에 중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뤄밍후이 싱가포르 난양공대 교수는 현지 언론인 연합조보에 "중국을 방문한 국가 지도자와 고위 관리는 이번 방중 계기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에너지 위기를 초래하고 중국이 중동 분쟁 완화에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을 촉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뤄 교수는 "이란이 UAE 에너지 및 핵심 시설을 공격함에 따라 중국에도 충격을 줬다"며 "칼레드 왕세자의 이번 방문은 중국이 이란에 대해 압박을 강화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중국 내에선 중동 위기가 장기화하는 원인으로 미국을 지목하고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중동 위기가 장기화하고 격화된 배경에는 일부 국가들이 국제 규범보다 자국 이익을 우선시해 글로벌 질서에 심각한 타격을 줬기 때문"이라며 "현재 중동 위기와 관련해 중국은 일관되게 평화 협상을 촉진하는 원칙을 견지하고 건설적 역할을 수행해왔다"고 말했다.

진량샹 상하이 국제문제연구원 중동연구센터장은 "현재의 위기를 완화하기 위한 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다"며 "미국이 이스라엘의 행동을 단속할 수 있는지, 또한 미국이 이란에 제재 해제와 같은 희망을 줄 수 있을지가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ejj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