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다카이치 "이란 전쟁" 발언 뒤 사과…'전투'로 수정한 이유는

'전쟁' 인정시 전시법 적용…자위대 '위헌 논란' 피하려 정정
이란과 외교채널 유지 및 원유 안보도 고려…美도 '전쟁' 단어 회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5일 참의원 예산위원회 답변 중 중동 사태를 "전쟁"으로 지칭했다가 이를 "전투"로 급거 정정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FNN 뉴스 화면 캡처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5일 참의원 예산위원회 답변 중 중동 사태를 "전쟁"으로 지칭했다가 이를 "전투"로 급거 정정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평화헌법 체제 아래 교전권이 없는 일본에서 총리가 공식적으로 전쟁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안보 정책 전반에 파장을 일으킬 수 있어, 총리는 결국 사과까지 했다.

이날 열린 미일 정상회담 관련 집중심의에서 자민당의 야마다 히로시 의원은 "인터넷상에서 미국의 전쟁에 휘말리는 것 아니냐는 등의 주장이 있는데, 총리의 방미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다카이치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신뢰를 과시하는 과정에서 "지금은 전쟁 상태인데, 국제사회 평화와 번영을 위해 미국이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답변했다.

이후 질의에 나선 입헌민주당의 다지마 마이코 의원이 "전쟁으로 인정할 경우 국제인도법 등의 적용이 달라진다"며 따져 묻자 국회 속기가 일시 중단되는 등 장내가 술렁였다.

이에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이 즉각 나서 "무엇을 전쟁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국제적 정의를 적어도 나는 알지 못한다"며 "현재 이란을 둘러싼 공격의 응수에 대해 강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방어막을 쳤으나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다카이치 총리는 "죄송하다"고 사과하며 "질의 과정에서 나온 표현을 무심코 사용했다. '전투'로 정정하겠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발언을 번복한 배경에는 일본 평화헌법 제9조의 제약이 자리 잡고 있다. 일본은 국가 간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기에, 사태를 전쟁이라 규정하고 이에 관여할 경우 자위대의 활동 범위나 무기 사용 권한 등에서 즉각적인 위헌 논란에 직면하게 된다.

법적 차원에서도 차이가 크다. 공식적인 전쟁 상태에서는 포로 대우와 민간인 보호 등에 관한 엄격한 국제 전시법이 적용되지만, 이를 전투나 충돌 수준으로 격하하면 '치안 유지'나 '개별적 자위권 행사'라는 명분으로 대응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이란과 독자적인 외교 채널을 유지하며 원유 수급의 안정을 꾀해야 하는 일본 입장에서 사태를 전쟁으로 명명하는 것은 이란과의 관계를 파국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용어 선택에 신중한 것은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미 행정부는 의회의 전쟁 선포 권한과 대통령의 군사 행동 재량권 사이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전쟁 대신 '충돌·분쟁(conflict)'이나 '적대행위(hostilities)'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한다.

현재 미 국방부는 이란에 대한 군사 행동을 '에픽 퓨리(Epic Fury)'라는 작전명으로 부르고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공식적인 전쟁 선포 대신 '주요 전투 작전'으로 지칭하고 있다.

미 헌법상 전쟁 선포 권한은 의회에 있으나, 현재까지 미 의회는 이란에 대한 공식적인 전쟁 선포를 가결하지 않은 상태다. 결국 미·일 양국 모두 정치적·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실체는 전쟁이되 전투라 부르는 위태로운 용어 전술을 구사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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