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시진핑, 푸틴·트럼프 '릴레이 통화'…"안정적 강대국" 존재감 과시 분석

트럼프에게 "대만 무기판매 신중하길"…푸틴과는 전략적 협력 과시
AFP "이례적 타이밍…국내정치 자신감·전략적 공간 확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부산 김해공군기지 나래마루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10.30 ⓒ AFP=뉴스1 ⓒ News1 최종일 선임기자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연쇄 통화를 가진 배경을 두고 "안정적인 세계 강대국"으로서 외교적 존재감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AFP통신이 전문가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시 주석은 4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과 약 1시간 30분 동안 통화해 에너지 분야 등 전략적 협력 강화에 합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올해 상반기 중국을 방문해 달라는 시 주석의 초청을 수락했다.

이어 시 주석은 불과 몇 시간 뒤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해 협력 메시지를 전달하는 한편, "대만 무기판매 문제를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사람이 "길고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며 중국이 올해 미국산 대두(콩) 구매량을 2000만 톤까지 늘리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타이밍이 이례적"이라면서도 안정적인 글로벌 강대국으로 보이고자 하는 중국의 의도가 반영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벤자민 호 S. 라자라트남 국제대학원 조교수는 "중국은 세계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든 구석으로 몰리지 않도록 국제적인 기동 공간을 확보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그룹의 파트너 조지 첸은 "시 주석이 푸틴, 트럼프와 연이어 통화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라며 "푸틴과 트럼프 양측에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 그들이 섣부른 추측이나 오판을 하지 않도록 하려 했음을 의미한다"고 논평했다.

딜런 로 싱가포르 난양공대 부교수는 "시 주석이 주도권을 쥐고 세계의 두 '강력한' 지도자들과 언제든 전화로 대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를 중국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의도로 풀이했다.

이어 로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든, 미중 관계의 단기적 안정화가 이뤄질 것임을 확인시켜 줬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 대두 판매는 "달성하기 쉬운 성과"였다고 분석했다.

시 주석이 불확실한 국내 상황에 대응해 국내적으로 자신감을 드러내려는 의도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중국에서는 지난달 말 인민해방군 서열 2위 장유샤 중국군사위원회 부주석이 낙마하는 등 군 수뇌부 숙청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호 교수는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국내 정세를 마주한 시진핑 주석의 이중적인 태도는 아마도 국제 무대에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과시하기 위한 국내적 제스처였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에게는 양국 간 전략적 협력 관계를 과시했지만, 미중 정상 통화에서는 민감한 현안에 대한 "상호 존중"을 촉구하며 온도 차를 드러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5일 자 보도에서 중·러 정상 통화는 '화상 회담'으로, 미·중 정상 간 통화는 '통화'로 각각 설명하며 중러 회담에 더 큰 비중을 두고 기사를 배치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러 관계가 "철통같지는 않다"면서, 시 주석이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하며 전략적 공간을 확보하려고 한다고 AFP통신에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유에 수는 미국이나 중국 모두 "양자 관계를 안정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에 완전히 전념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