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표정의 붉은 말 열풍…고달픈 中 직장인 "내 모습 같아"
봉제 실수로 만들어진 '쿠쿠마'…직장인들 사이 인기
끝없는 노동에 의문 던지는 세대 정서 담겨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중국에서 ‘울고 있는 말 인형’이 설 연휴를 앞두고 젊은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빨간색 몸통에 짧은 다리, 목에는 금빛 방울을 달고 “즉시 부자 되길”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이 인형은 원래는 복을 기원하는 장난감이었다. 하지만 제작 과정에서 웃는 입이 거꾸로 꿰매지는 바람에 웃음 대신 우울한 표정이 완성돼 뜻밖의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 말은 '우는 말'을 뜻하는 쿠쿠마(哭哭馬)로 불리며 더우인(중국판 틱톡)에서 관련 해시태그 조회 수가 1억9000만 회를 넘었다. 많은 직장인은 이 인형을 자신의 피로와 무력감을 대변하는 상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 직장인은 “사무실 책상 위에 두면 내 표정을 대신해 준다”고 말했다.
이 인형은 지난해 중국 동부의 한 가게에 처음 등장했다. 말 인형이 가진 친근함 덕분에 인형을 처음 판매한 매장은 하루 1만5000개에 달하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웃는 말과 우는 말 생산 라인을 늘렸지만, 여전히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는 최근엔 라이브 방송을 통해 직접 판매에 나섰지만 “너무 지쳐서 인터뷰는 힘들다”고 전했다.
2026년은 60년 만에 돌아온 ‘불의 말의 해’로, 원래는 야망과 성장, 강렬한 에너지를 상징한다. 그러나 젊은 세대는 정반대로 ‘우는 말’을 통해 지친 현실을 표현한다. 중국의 고도성장으로 수억 명이 빈곤에서 벗어났지만, 최근엔 임금과 성장세가 둔화하며 사회적 이동 가능성도 희미해졌다.
‘996 근무 문화’(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주 6일 근무)에 대한 반발, ‘탕핑(눕기)’ 같은 밈과 함께 우는 말은 끝없는 노동의 가치에 의문을 던지는 세대의 정서를 담고 있다. 소비 습관도 달라졌다. 과시적 소비 대신 시골 여행이나 집에서 쉬는 것을 선호하고, 즉각적인 위로를 주는 물건에 지갑을 연다.
광둥성의 한 여행사 직원은 “책상 위에 우는 말을 두면 긴 하루를 버틸 수 있다”며 “나는 말이 아니라 당나귀다. 말보다 더 지친다”고 웃었다.
ky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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