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日재계에 투자 요청하며 "일 안 풀리면 내게 전화하라"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저녁 도쿄에서 일본 재계 인사들과 만나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내게 전화하라"며 파격적인 '핫라인'을 제안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에게 적극적인 대미 투자를 당부하며 이같이 말했다. 다른 미국 행정부 인사들을 거치지 않아도 자신이 나서서 직접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주일 미국대사 관저에서 열린 이번 만찬에는 손 마사요시(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도쿠나가 도시히로 히타치제작소 사장 외에도 도시바와 파나소닉 등 최소 10개 사 경영자가 참석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그레그 브로크먼 오픈AI 공동창업자 등 미국 빅테크 수장들도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찬 연설에서 "(일본과의) 무역 합의는 태평양 양쪽에 고용과 기회, 엄청난 부와 안보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만찬에 앞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일본 기업들로부터 총 4900억 달러(약 703조 원) 규모에 달하는 투자 약속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앞서 양국이 합의한 5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계획의 일환으로, 웨스팅하우스와 GE버노바의 원자력 프로젝트에 각각 1000억 달러(약 144조 원)를 투자하는 등의 구체적인 내용도 공개됐다.

일본 재계가 이처럼 발 빠르게 움직이는 건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를 피하고 안정적인 무역 환경을 확보하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일본 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구체적인 행동으로 화답했다. 특히 도요타자동차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에 맞춰 미국 공장에서 생산한 차량을 일본으로 '역수입'해 판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일본은 미국 차를 사지 않는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에 대한 직접적인 답변으로, 세단 '캠리'나 픽업트럭 '툰드라' 등 현재 일본에서 판매되지 않는 모델이 대상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아시아 순방은 다자회의보다는 양자 간 실리 외교에 초점이 맞춰졌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에서는 다자 토론에 거의 참여하지 않는 대신 각국 정상과 개별적으로 만나 중요 광물 공급망 구축 등 실질적인 협력을 끌어내는 데 집중했다.

일본 방문에서도 안보 동맹 강화와 더불어 대규모 투자 유치와 중요 광물 및 희토류 공급망 협력 각서 체결 등 경제 성과를 중점적으로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주일 미국대사관은 일부 일본 기업에 내년 7월 4일 미국 독립선언 250주년 기념행사를 위한 기부를 요청했다. 닛케이는 각 기업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거래 성과를 '연출'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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