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中'자만 나와도…맹목적 혐중, 이대로 괜찮을까
- 정은지 특파원
(베이징=뉴스1) 정은지 특파원 = 가깝게 지내는 한 중국인 지인은 최근 한국 기업 등과 업무 협의를 위해 한국 출장길에 올랐다. 을지로 인근에 숙소를 잡은 이 지인은 한국에 도착한 지 몇 시간 만에 "택시 탔을 때나 상점을 방문했을 때 표정이 좋은 사람이 단 한명도 없었다"며 "한국에서 혐중 정서가 이렇게나 심각했느냐"고 전했다.
이 얘기가 나온 후 채팅방에는 왠지 모를 어색함이 흘렀다.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으나 한국 내 혐중 정서를 사전에 인지하고 한국을 방문해 이를 체감했다는 실망감으로도 읽혔다.
최근 한국 내 혐중 시위와 혐중 정서가 확산하고 있다고 한다. 장기간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터라 직접 혐중 시위 현장을 목격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언론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한 혐중 시위 참여자의 피켓 문구에는 '세계가 중국을 싫어한다', '하늘이 중공을 멸할 것', '중국인 유치보다 자국민 안전이 먼저다'라고 적혀있다. 헌법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나 집회의 자유라고 치부하기에는 다소 지나치다는 생각도 든다.
시위를 주도하는 일부 단체들은 중국이 선거에 개입했다는 이유로 혐중 시위를 정당화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중국의 선거 개입을 입증하기 위해 계엄을 선포했다는 논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최근 국회 전자청원에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 허용 즉각 폐지와 치쿤구니아 감염 모기 유입 방지 대책에 관한 청원'이라든가 '지방선거 전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 허용 기간 재검토 및 단축 촉구에 관한 청원' 등이 올라오기도 했는데, 이는 중국에 대한 혐오를 간접적으로 보여준 또 다른 사례로 해석된다.
이 같은 혐오 정서는 그간 있어왔던 반중 정서와는 다르다. 실제 2016년 중국이 한반도 사드 배치에 반발해 취한 보복 사태로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는 것은 사실이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사실상 국경이 폐쇄되면서 양국 관계의 기반이라 할 수 있는 민간 교류도 사실상 끊겼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전랑외교나 동북공정과 같은 역사왜곡, 문화공정 등도 대중국 정서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
한 국제문제 전문가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중국에 대한 혐오 감정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중국의 발전을 바라보는 과정에서 일종의 절망감이 담겨있다고 생각한다"라고도 진단했다.
일부는 '중국이 우리나라 경제와 안보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혐중 정서는 당연한 것'이라고도 말한다.
그러나 일부 정치적 문제에서 기인해 중국의 '중' 자만 나와도 덮어놓고 혐오 감정을 드러낸다면 경제·외교 측면에서의 부정적 영향은 물론이고 사회 갈등이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지난달 말 박병석 국회의장을 단장으로 하는 대통령 특사단은 중국을 방문해 '서열 3위' 자오러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과 서열 5위 급인 한정 국가 부주석, 왕이 외교부장 중국 고위급과 연쇄 회동을 가졌다. 이때 중국 지도자들은 상당히 강한 톤으로 한국 내 반중 정서에 거론했다고 한다.
불확실성 글로벌 환경 속에서 외교력을 집중해 주변국과의 관계를 복원해야 할 상황에서 한중 간 해결해야 할 안건이 하나 더 생긴 것이다.
특히 오는 29일부터 방한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에 한시적 무비자 조치 시행으로 모처럼 활기가 도는 관광 및 유통업계에도 찬물을 뿌릴 수 있다.
무조건 중국과 가깝게 지내자거나 중국을 좋아하자는 것이 아니다. 실체가 없는 가짜뉴스로 시작된 혐오나 차별 행동이 '당연하게' 여겨져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해서 '친중'도 '중국인'도 '짱깨'도 아니기에 비난받을 이유도 없다.
특정 대상에 대한 혐오가 용인된다면 이는 또 다른 혐오를 낳고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할 기회조차 사라질 수 있다.
ejj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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