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뭘해도 세상은 돌아가…"中열병식, 美패권 쇠퇴 상징"

시진핑, 美와 갈등 국제사회에 '책임감 있는 행위자' 자처…中 내부엔 '세계적 강국' 강조

중국 80주년 전승 열병식 ⓒ 로이터=뉴스1 ⓒ News1 구경진 기자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반서방 연대를 과시한 중국의 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이 미국의 패권 쇠퇴를 분명하게 보여준다는 진단이 이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뭘하든 세상은 돌아간다는 지적이다.

카리슈마 바스와니 블룸버그통신 아시아 정치 전문 칼럼니스트는 4일(현지시간) 기고문에서 "중국의 호화로운 열병식이 전하는 메시지는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 중국이 자국 주도로 새로운 세계 질서를 짤 무기, 동맹, 야망을 갖췄다는 것"이라며 "시진핑 국가주석은 미국의 독보적 패권이 끝나가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분석했다.

시 주석은 3일 베이징에서 열린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2차 세계대전) 승리 8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반미 전선의 선봉장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톈안먼(천안문) 망루에 섰다.

북·중·러 정상이 공식 석상에서 뭉친 건 냉전 종식 이후 처음이자 옛 소련 시절인 1959년 중국 국경절(건국기념일) 열병식 때 김일성 북한 주석과 마오쩌둥 중국 주석,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의 회동 이후 66년 만이다.

이번 열병식에는 북·중·러와 함께 '격변의 축'(Axis of Upheaval)으로 불리는 이란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도 당연히 함께했다.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회원국 정상 상당수도 열병식에 왔다. 남중국해 영토 분쟁에도 중국의 역내 영향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내빈들이 3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시 톈안먼(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전승절'(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열병식에는 불참했지만 앞서 톈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미국이 보란 듯 시 주석, 푸틴 대통령과 밀착했다.

독일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 센터의 알레산더 가부예프 소장은 워싱턴포스트(WP)에 "중국의 메시지는 명확했다"며 "세상은 서방보다 훨씬 크며 서방이 관여하지 않아도 나머지 세계는 앞으로 나아간다"고 말했다.

전승절 기념식에는 정상들뿐만 아니라 일부 군·금융계 인사들도 동행했다. 군사 협력이나 기술교류,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대응 전략 등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음을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중국은 열병식에서 잉지(YJ)-21 대함 극초음속 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쥐랑(JL)-3 등 미사일 등 최신 무기를 선보이고 육·해·공 모두에서 '3대 핵 전력'을 갖췄음을 과시했다.

바스와니 칼럼니스트는 시 주석이 미국과 무역 갈등에 처한 국제사회에는 중국을 '책임감 있는 행위자'로, 중국 내부를 겨냥해서는 '세계적 강국'의 입지를 강조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이 패권을 유지하려면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며 "역내 미군 증강 등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근본적인 전략 재고가 필요할 수도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선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ez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