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 바브엘만데브 통제권 확보…중동 '제2전선' 격화(종합)

페림 섬 등 홍해 연안 장악…사우디, 모카에 보복 공습
후티, 이란전 틈타 위력 과시…걸프국·파키스탄, 중재 분투

홍해와 아덴만을 잇는 바브엘만데브 해협 위성사진. (NASA 월드와이드뷰) 2026.7.12 ⓒ 로이터=뉴스1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11일(현지시간) 예멘에서 친이란 후티 반군이 홍해 연안 전체를 장악하고 사실상 홍해의 출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통제권을 확보하면서 미국·이란 전쟁에서 파생된 제2의 전선이 빠르게 격화하고 있다.

후티, 바브엘만데브 장악…사우디·예멘 정부군, 반격 시동

중동 전문매체 알자지라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지난 18시간 사이 예멘 남부 항구도시 모카를 점령한 뒤 추가로 남진해 두바브, 무라드 및 바브엘만데브 해협 한가운데 자리하는 페림 섬을 장악했다.

익명을 요구한 예멘 정부 관계자는 "전날 정부군 철수 이후 후티 전투원이 탄 선박이 마윤 섬(페림 섬)에 들어왔다"며 "후티가 바브엘만데브 지역과 해협 가운데 위치한 마윤 섬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로이터통신도 예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후티 반군이 두바브와 페림 섬에 진입했다고 전하며, 이곳들이 "바브엘만데브 해협 장악을 위한 핵심 지역"이라고 보도했다.

후티 반군 산하 TV 채널 알 마시라는 후티의 예멘 홍해 연안 장악 소식이 전해진 직후 사우디아라비아가 후티 반군이 점령한 모카에 두 차례 공습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예멘 정부군도 조만간 후티 반군이 점령한 지역을 탈환하기 위한 반격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마제드 알 나질리 예멘 정부군 대변인은 주민들에게 모카로 향하는 도로 이용을 자제하라고 당부했다.

후티 반군은 미국·이란 전쟁을 틈타 홍해의 전략적 요충지인 바브엘만데브 해협 장악을 노리며, 7월부터 사우디 해상을 봉쇄하고 사우디 및 사우디가 지원하는 예멘 정부군에 대한 공격을 재개했다. 이에 따라 예멘 정부와 후티 반군이 2022년 유엔 중재로 합의한 휴전은 4년 만에 붕괴했다.

후티 반군은 이번 주 들어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향해 빠르게 진격하면서 사우디 남부의 공항과 군기지,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 시설을 겨냥한 공격을 대폭 확대했다. 사우디도 이에 대응해 예멘 내 후티 거점에 공습을 실시해 왔다.

AFP통신은 지역 소식통들을 인용해 지난주부터 예멘 내전으로 5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국제이주기구(IOM)는 예멘에서 약 2만 명이 피난길에 올랐다고 집계했다.

예멘 수도 사나에서 열린 반사우디아라비아 시위의 후티 반군. (자료사진) 2026.7.31 ⓒ 로이터=뉴스1
호르무즈 이어 바브엘만데브 막히나…후티, 주도권 확보

후티 반군이 진격하고 있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이란이 봉쇄한 호르무즈 해협과 함께 중동의 핵심 교역로다. 홍해와 수에즈 운하를 통해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도 안전한 선박 운항이 어려워지면 전 세계적인 에너지난이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국제유가는 브렌트유와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모두 10일 기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며 4개월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파레아 알 무슬리미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채텀하우스) 연구원은 "후티가 사우디를 한계점까지 몰아붙였다"며 "사우디가 전쟁을 피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시도했지만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역내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후티 반군에 사우디 공격 확대를 지시하고 무기와 자금, 고위 장교 인력을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사우디와 후티 반군의 무력 충돌은 이들의 오랜 갈등 관계 탓이지 이란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이란 공격이 확대되면 호르무즈에 이어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고 재차 경고했다.

카타르 도하국제대학의 모하마드 엘마스리 교수는 "이들은 이란 지원을 받지만 이란 정부의 꼭두각시는 아니다. 독자적인 명분을 갖고 내전을 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우디아라비아, 파키스탄, 튀르키예 고위급 인사들이 31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모여 공동 방위협정과 관련한 회담을 했다. 2026.08.31. ⓒ 뉴스1 ⓒ AFP=뉴스1
걸프국들, 이란과 대화 시도…파키스탄도 중재 노력

역내 국가들은 후티 반군과 사우디의 무력 충돌이 심화하자 중동 내 또 다른 전선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외교 행보를 서두르고 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과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 외무장관은 10일 전화 통화로 최근 지역 정세를 논의하고 "긴장 확산 방지와 역내 안정·안보 회복을 위해 지속적인 협력과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이란 외무부가 전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파키스탄의 실권자인 아심 무니르 육군참모총장과도 따로 통화하고 이란 전쟁에 따른 긴장을 완화하고 외교 협상을 복원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파키스탄은 이란에 후티를 자제시키라는 사우디 측 경고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은 미국·이란의 휴전을 중재하는 동시에 이란과도 대화와 협력 강화를 추진하며 양국 관계를 관리하고 있다. 후티 공격을 받는 사우디 및 튀르키예와 지난 8월 공동 방위 협정을 체결한 관계이기도 하다.

사우디·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쿠웨이트·바레인·오만 등 걸프협력회의(GCC) 6개 회원국 외교장관들은 오는 14일 오만 살랄라에서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과 회동할 예정이다.

한편 미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후티를 공습해 달라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요청을 거부했다며, 미국이 예멘 사태에 대한 직접적 군사 개입을 꺼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ez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