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 6개국·이란, 내주 호르무즈 해법 논의…전후 첫 고위급 회동

FT "14일 오만 살랄라서 만나 임시 통항로 합의 추진"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들. 2026.9.6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이란과 걸프지역 국가들이 미국·이란 간 전쟁으로 사실상 마비된 호르무즈 해협 내 선박 통항을 정상화하기 위한 고위급 협상에 나선다고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 외교장관들은 오는 14일 오만 살랄라에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을 만나 호르무즈 해협 선박 통항을 위한 임시 합의를 논의할 예정이다. GCC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쿠웨이트, 바레인, 오만 등 6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이번 회동이 성사되면 지난 2월 말 미·이스라엘의 선제공격으로 이란 전쟁이 시작된 이후 GCC 회원국과 이란 사이의 첫 고위급 외교 접촉이 된다. 그간 호르무즈 해협 문제로 별도 협상을 벌여온 오만과 이란이 이번 회동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개전 이래 각국 유조선 등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제한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쟁 전까지 전 세계 원유·액화천연가스(LNG) 해상 물동량을 약 5분의 1을 책임지던 핵심 교역로다.

이란과 오만은 선박이 걸프만으로 진입할 땐 이란 영해를 이용하고, 빠져나갈 땐 오만 영해를 통과하도록 하는 임시 항로를 마련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를 통해 이번 전쟁으로 차질을 빚고 있는 해협 내 선박 통항을 늘리고 역내 긴장 또한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걸프국들은 이번 회동에서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어디까지나 임시 조치여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FT가 전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장기적인 통항 정상화를 위해선 결국 미·이란 간 합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다시 개방하는 조건으로 미국이 이란 항만에 대한 해상 봉쇄를 해제하고 원유 수출을 허용하는 한편, 국외에 동결된 이란 자산에 대한 접근도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이란은 오만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 관리에 일정한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미국과 GCC는 그동안 국제법에 따른 자유롭고 조건 없는 통항을 요구하며 특정 국가가 해협 통항을 통제하거나 통행료를 부과해선 안 된다고 주장해 왔다.

이런 가운데 현재 미·이란 간 직접 협상은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중재국들을 통한 물밑 접촉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엔 카타르 측 고위 인사들이 이란 수도 테헤란을 방문해 관련 협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회동은 호르무즈 해협의 단기적인 선박 통항 정상화뿐 아니라 7개월째로 접어든 미·이란 전쟁의 확산을 억제할 수 있을지를 가늠할 외교적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