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美봉쇄 압박 감당 어려운 수준…원유 우회수출 꽉 막혀"
"휘발유 재고 단 두 달"…통화 폭락·물가 폭등 '경제 붕괴 위기'
이란, 호르무즈 통제력도 잃는 중…"협상 테이블 복귀 가능성"
- 이정환 기자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이란 경제가 미국의 제재와 해상 봉쇄를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고 로이터통신이 3일(현지시간) 이란 고위 소식통 3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은 수개월간의 이란 해상 봉쇄 조치에 이어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을 대상으로 한 고강도 경제 제재(2차 제재) 계획을 발표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지난달 24일 이란 정권의 자금줄로 이용되는 디지털 자산과 군사기술, 금, 항공, 해운 등 5개 핵심 부문에서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을 제재하는 '경제적 고립 작전'(Operation Economic Outcast)을 발표했다.
이란 소식통들은 해상 봉쇄에 더해 2차 제재로 제3국을 통한 국제 금융망 접근마저 차단되면서 석유 판매와 원자재 수입이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위장 회사, 그림자 선단(미등록 유조선), 밀수 등 이란 정권이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이용하던 우회 수단의 유지비용 역시 뛰어올랐다. 재정적 압박은 이란 정권이 제재 회피에 붙는 '프리미엄'을 감당할 능력을 제약하고 있다.
선박 추적업체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이란의 원유 선적량은 1년 전 하루 약 170만 배럴에서 이달 하루 약 26만 배럴로 감소했다. 육로나 카스피해를 통해 유통되는 물량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란 정권은 여전히 원유 수천만 배럴이 봉쇄 구역 밖에 저장돼 있다고 주장하지만, 한 당국자는 미국의 새로운 제재 때문에 원유 수출 중개업자들이 발을 빼거나 더 많은 돈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8일 이란의 주요 교역 통로였던 아랍에미리트(UAE)가 이란과의 무역·금융 거래 중단을 결정한 것도 이란 무역에 큰 타격을 줬다.
테헤란의 한 수입업자는 "그 채널들이 계속 닫혀 있으면 공급업체는 현금을 요구하고, 거래는 다른 국가를 우회하게 되어 화물은 더 늦게, 그리고 더 비싸게 도착한다"고 로이터통신에 전했다.
해상 봉쇄로 휘발유 수입길이 막히면서 연료 부족 현상도 겪고 있다. 한 고위 소식통은 휘발유 재고가 2달 치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미국의 경제 봉쇄가 장기화하며 이란 국내 경제 상황은 악화일로에 빠졌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이란의 지난 12개월 평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은 69.9%를 기록했다. 이 중 식음료·담배 가격은 그 2배에 가까운 속도로 올라갔다. 봄철 실업률은 9.1%로 상승했고,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약 45만 명 감소했다.
전날 테헤란 외환시장에서는 미 달러당 이란 리알화 환율이 210만 리알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년 새 통화 가치의 약 60%가 증발한 것이다.
이란 정권은 지난해 12월 시작돼 몇 달간 수천 명을 숨지게 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처럼 경제난이 다시 정치적 소요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대학교의 알리 안사리 근현대사 교수는 "그들은 매우 심각한 경제적 압박을 받고 있다. 해협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가고 있다"며 "이제 진짜 문제는 그들이 협상을 선택할지 여부이며, 내 생각엔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란 전쟁이 여전히 "막대한 비용이 드는 교착 상태에 머물러 있으나, 이러한 국면이 변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jw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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