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2주 만에 최고…미·이란 재충돌에 종전 MOU 효과 반납
브렌트 76달러·WTI 72달러 돌파…美, 호르무즈 위협 '심각' 격상
호르무즈 상선 피격에 양측 공격 재개…美, 이란원유 제재유에 철회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국제유가가 2주 만에 최고치로 올랐다. 미국과 이란이 다시 무력 충돌하면서 휴전 기대에 전쟁 이전 수준까지 떨어졌던 유가는 이틀 만에 하락분을 대부분 되돌렸다.
8일 아시아 거래에서 브렌트유 9월물 선물은 배럴당 76.18달러로 전장보다 2.02달러(2.72%) 상승했다. 6월 23일 이후 약 2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도 배럴당 72.33달러로 1.89달러(2.68%) 올랐다.
브렌트유는 휴전 기대가 커지며 전쟁 이전 수준까지 하락했지만, 미·이란 충돌이 재점화되면서 하락분을 대부분 되돌렸다.
호르무즈 해협 상선 피격 사건을 계기로 미국이 이란산 원유 제재 면제를 철회하고 이란 남부를 공습하자, 이란이 바레인과 쿠웨이트의 미군 시설을 공격했다고 발표하면서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다시 확산됐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민간 상선을 공격한 데 대한 대응으로 이란 남부의 방공망과 지휘통제시설, 해안 레이더, 대함미사일 기지 등 80여 개 목표물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동시에 이란산 원유 판매를 허용했던 60일 한시적 제재 면제도 철회했다.
이에 이란은 즉각 보복에 나섰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바레인과 쿠웨이트 내 미군 시설 85곳을 겨냥한 미사일·드론 작전을 실시했으며, 바레인의 미 해군 제5함대 기지와 쿠웨이트의 알리 알살렘 공군기지가 공격 대상에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또 부셰르주 상공에서 미군 MQ-9 리퍼(Reaper) 무인정찰기 1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IRGC는 이번 공격이 미국의 공습과 이란산 원유 제재 복원 등 양국 간 종전 양해각서(MOU) 위반에 대한 "초기 대응(initial response)"이라며 추가 군사행동 가능성을 시사했다.
앞서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상선 3척이 공격을 받았다. 미국과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을 배후로 지목했지만, 이란은 직접적인 책임은 인정하지 않은 채 자국이 승인하지 않은 항로를 이용하는 선박에 대해 거듭 경고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위험도도 높아졌다. 미국 주도 해상안보 연합체인 합동해양정보센터(JMIC)는 상선들에 보낸 경보에서 호르무즈 해협 위협 수준을 '심각(severe)'으로 상향하고 "현재 상황에서는 이란의 의도적인 적대 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미국과 이란이 각각 영향력을 행사하는 항로로 사실상 양분된 상태다. 걸프 산유국들은 오만 연안을 따라 미국 해군의 보호를 받는 남쪽 항로를 이용하고 있지만, 이란은 자국이 승인한 북쪽 항로를 이용하지 않는 선박을 공격 대상으로 삼겠다고 경고해 왔다.
해상정보업체 윈드워드의 미셸 비제 보크먼 선임 해양정보 분석가는 CNBC방송에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있다"며 "이란은 남쪽 항로를 불안정하게 만들어 걸프 산유국들에 북쪽 항로를 이용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려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이 지난달 17일 MOU에 서명한 이후 호르무즈 해협 통항량은 일부 회복됐지만 전쟁 이전 수준에는 아직 못 미친다.
케이플러에 따르면 지난 주말 동안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100척을 넘었지만, 전쟁 이전에는 하루 100척 이상이 통과했다. 윈드워드 집계 기준 6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출은 하루 평균 430만배럴로, 전쟁 이전 1500만배럴 이상에 크게 못 미쳤다.
MST 마키의 에너지 리서치 책임자인 사울 카보닉은 알자지라 방송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력을 강화하려 할 경우 해협 통행량이 수개월 동안 전쟁 이전의 절반 이하에 머물 수 있다"며 "원유시장은 당분간 높은 변동성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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