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깃발 들고 "트럼프에 죽음을" 복수 다짐…하메네이 장례 둘째 날
테헤란 중심지 추모객 집결…"하메네이 복수" 등 반미 구호 일색
모즈타바, 이틀째 참석 안 해…"이스라엘 공격 우려설"
- 이정환 기자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폭사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의 장례식이 5일(현지시간) 이틀째를 맞이했다.
수도 테헤란에는 하메네이를 조문하기 위해 수많은 추모 인파가 집결했고, 조문객들 사이에서는 미국에 복수를 외치는 구호가 이어졌다.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는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로이터·AFP통신,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날 아침 테헤란 이맘 호메이니 그랜드 모살라 모스크 단지에서 하메네이의 장례 기도 의식이 거행됐다. 의식은 쿰 신학교의 저명한 시아파 성직자 자파르 소브하니(97)가 집전했다.
하메네이의 관은 그가 생전 착용한 검은색 터번이 올려진 채 이란 국기에 둘러싸여 있었다. 그의 관은 지난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함께 사망한 가족 4명의 관과 나란히 안치됐다.
이란 국영 TV는 이날 하메네이의 관이 안치된 그랜드 모살라 모스크 광장에서 세 아들 마수드, 모스타파, 메이삼이 기도하는 모습을 방영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란 측 협상대표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 등 고위 관리들과 함께 이날 장례식에 참석해 관 앞에 줄을 섰다.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아마드 바히디 총사령관도 앞줄에 서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에 이어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로 오른 차남 모즈타바는 나타나지 않았다.
모스크 일대에는 새벽부터 검은 옷을 입은 수많은 이란인 조문객이 모여들어 하메네이를 조문했다. 모스크 밖 수도 테헤란 중심가에서도 대규모 조문 인파가 집결했다.
이란 지하철 당국은 사람들이 테헤란 도심으로 몰려들면서 전날 늦은 밤부터 이날 오전까지 700만 건의 지하철 통행량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란의 반체제 매체 이란인터내셔널은 이란 당국과 정부 연계 기관들이 개인과 기업들에 하메네이 장례 참석을 강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문객들은 하메네이와 가족들의 관을 보고 눈물을 터뜨리고 가슴을 치며 통곡했다. 일부는 붉은 깃발을 들고 하메네이를 암살한 미국과 이스라에 복수를 촉구했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에 따르면 일부 조문객들은 장례식에서 하메네이에 대한 복수를 요구하는 붉은색 현수막을 들고 "트럼프를 죽여라", "미국에 죽음을" 등 구호를 외쳤다.
바카트(54)는 "트럼프와 그의 가족이 모두 죽기를 바란다"고 CNN 방송에 전했다.
이란 국영 방송이 게시한 영상에서 일부 조문객은 "순교한 우리 이맘의 피에 대한 보복은 어떻게 됐는가?"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기도 했다.
미국과의 휴전을 굴복으로 간주하는 강경파가 결집하려는 조짐도 나타났다. 이날 장례식에 참석한 사이드 잘릴리 이란 최고국가안보위원회 위원은 최고지도자에 대한 "피의 복수"는 관리들의 의무라고 발언했다.
하메네이의 시신은 6일 테헤란 중심가에서 대규모 장례 행렬을 거행한 뒤, 시아파 성지인 쿰, 이라크 나자프, 카르발라를 거쳐 9일 마슈하드의 이맘 레자 모스크에 매장된다.
하메네이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장대한 분노' 작전 첫날인 2월 28일 테헤란 집무실에 있다가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했다. 그는 1989년 최고지도자 자리에 오른 뒤 사망 전까지 37년간 이란을 철권 통치했다.
하메네이의 사망 이후 지난 3월 취임한 모즈타바는 아직 실물도 육성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이를 두고 무성한 추측이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핵심 측근들과 가까운 인물들을 인용해 모즈타바가 얼굴이 변형됐으며 한쪽 또는 양쪽 다리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전날 NYT는 모즈타바가 9일 하메네이의 안장식에 참석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지만, 이란 당국이 이스라엘의 공격 우려로 참석을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jw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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