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유조선 25% 빠져나와"…미군 지원에 기름길 조금씩 열려
블룸버그 "70만배럴급 109척 중 29척 호르무즈 탈출" 보도
"불 끈 암흑 항해와 미군의 정보 지원 덕…완전 정상화는 아직"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막혔던 바닷길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선박 운항 데이터를 집계한 결과 29일 기준 원유 70만 배럴을 실을 수 있는 대형 유조선 109척 가운데 29척이 전쟁 발발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온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이들의 탈출은 '007 작전'을 방불케 했다. 선박들은 이란의 해안포와 드론 공격 위협을 피하기 위해 선박 자동식별장치(AIS)를 끄고 외부 조명 없이 야간에만 이동하는 '암흑 항해'를 강행했다.
이처럼 위험천만한 항해를 시도하는 건 막대한 손실 때문이다. 운항을 멈춘 채 대기할 경우 유류비와 선원 인건비, 급등한 보험료 등으로 하루 최대 1만 5000달러(약 2200만 원)의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위치 정보가 꺼진 채 운항한 선박이 많아 실제 탈출한 선박 수는 25%보다 많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선박들의 이런 암흑 항해를 미군이 조용히 지원했다고 전했다.
미군은 공식적인 호위 작전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으나 해협을 통과하려는 선박들과 교신하며 중요 정보를 제공했다.
익명을 요구한 선주들은 블룸버그에 "미군으로부터 해협을 안전하게 통과하는 방법에 관한 조언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한 관계자는 항해 중 이란 고속정이 접근했을 때 갑자기 헬리콥터가 나타나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현재 미군은 수중 드론으로 기뢰를 제거하고 레이더와 항공 자산으로 항해를 돕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출한 유조선들이 실어 나른 원유는 하루 평균 52만 배럴에 달한다. 전쟁 이전 통행량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점점 말라 가는 전 세계 원유 재고 상황을 고려하면 가뭄의 단비 같은 물량이다.
에너지 정보업체 케이플러의 전문가 네이빈 다스는 "단기적으로는 유가 하락에 기여했지만 봉쇄가 계속돼 갇힌 선박이 늘면 다시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마이클 워스 셰브런 최고경영자(CEO) 또한 지난 29일 "걸프 지역의 위험은 여전히 매우 현실적"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런 탈출 행렬은 호르무즈 해협을 지렛대로 삼으려는 이란의 협상력을 약화할 수 있다.
이란은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최대 200만 달러(약 30억 원)의 통행료를 요구하며 통제력 과시를 시도했지만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국가들은 이에 반발해 송유관과 육로를 통한 우회 수출을 늘렸다.
이런 상황에서 선박들이 미군의 도움을 받아 해협을 빠져나가는 성공 사례가 늘어나면 이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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