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나무호처럼…튀르키예는 규탄했고, 이란은 부인했다[최종일의 월드 뷰]
- 최종일 선임기자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지난 2월 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발발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튀르키예에서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다. 나토 방공 체계가 튀르키예 영공으로 향하던 탄도미사일을 잇달아 요격하면서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됐기 때문이다.
3월 4일에 동지중해와 튀르키예 남부에 배치된 나토 방공망이 탄도미사일 1기를 격추했다. 튀르키예 국방부는 해당 미사일이 이란에서 발사돼 이라크와 시리아 영공을 거쳐 자국 방향으로 비행하던 중 탐지됐다고 발표했다. 튀르키예 당국은 즉각 "보복할 권리"까지 언급하며 강경 대응 가능성을 시사했다.
상황은 멈추지 않았다. 3월 9일에는 가지안테프 상공에서 또 다른 탄도미사일이 요격됐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튀르키예 국방부는 모든 위협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이후 미 공군과 튀르키예 공군이 공동 운용하는 인시를릭 공군기지 인근에서도 추가 요격 사례가 보고되며 긴장은 가라앉지 않았다. 만약, 이란 미사일이 실제로 튀르키예 본토를 타격할 경우, 나토 헌장 제5조(집단방위) 발동 논의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나토 동맹국들과 협의하며 필요한 모든 예방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유사 사건 재발을 막기 위해 가장 명확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하칸 피단 외무장관 역시 이란 외무장관과 통화해 공식 항의했다. 특히 기술적 데이터가 존재함에도 이란이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그럼에도 이란의 태도는 단호했다. 앙카라 주재 이란대사관은 "튀르키예를 향해 발사된 발사체는 없다"고 주장하며, 오해 해소를 위한 공동 기술조사팀 구성까지 제안했다. 일부 이란 관계자들은 이를 이스라엘의 '거짓 깃발(False Flag)' 작전 가능성으로 돌렸지만, 설득력 있는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이란의 행태는 전형적인 '회색지대(Gray Zone)' 전술로 해석된다. 전면전은 피하면서도 제한적 군사 행동과 책임 부인을 결합해 상대를 지속적으로 압박하는 방식이다. 이는 중동 전역에 긴장을 조성하고, 지역 무역과 에너지 흐름에 불안을 일으켜 미국과 서방의 전쟁 부담을 높이기 위해 이란이 벌이고 있는 광범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이란이 나토의 대응 능력과 튀르키예의 레드라인을 시험하려 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튀르키예와 이란은 시리아 아사드 정권 붕괴 과정에서 긴장 관계를 유지했다. 아울러 튀르키예가 미·이스라엘 측에 대한 후방 지원, 정보 공유, 공역 제공, 물류 허브 역할을 확대하는 것을 견제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의도된 전략이라기보다 전시 상황 속 분권화된 지휘 체계의 결과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전시 상황에서 지역 지휘관에게 상당한 자율권을 부여하는 '모자이크 방어' 체계를 운용한다. 이는 중앙 지휘부가 타격을 받더라도 작전을 지속할 수 있게 하지만, 동시에 현장 판단에 따른 드론·미사일 발사가 의도치 않은 확전으로 이어질 위험도 안고 있다.
이란 전쟁을 보고 있는 튀르키예의 고민은 깊다. 이미 우크라이나·시리아·이라크 등 분쟁 지역에 둘러싸인 상황에서 추가적인 군사 불안정 확산을 원치 않는다. 경제 위기와 에너지 불안, 대규모 난민 유입 가능성 역시 부담으로 작용한다. 비영리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은 이란의 승리 또는 붕괴 모두 튀르키예에는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며, 현 상태의 안정 유지가 핵심 목표라고 분석한다.
여기서 역설이 발생한다. 이란의 '부인'은 오히려 튀르키예에 외교적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공격 주체가 불명확할수록 튀르키예는 대응 수위를 조절할 여지를 확보한다. 뉴욕에 본부를 둔 글로벌 안보 싱크탱크 수판센터는 "이란의 부인과 각종 음모론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면적 갈등을 피하면서도 국내 정치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발사가 누구의 명령이었든, 어떤 구조에서 나왔든, 미사일이 실제로 나토 방공망에 요격됐다는 사실은 지워지지 않는다. 전후 질서 재편 과장에서 그 대가는 결국 어떤 형태로든 청구서처럼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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