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추적기 끄고 탈출…韓장금상선 유조선도 호르무즈 통과"

로이터 "UAE 해협 안 터미널서 선적해 해협 바깥 푸자이라에 하역"
"이라크산 원유 200만배럴씩 실은 2척도 각각 11일 해협 통과"

장금상선의 퍼시픽 캐리어(인천항만공사 제공)2022.6.1 ⓒ 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중동 전쟁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원유 약 600만 배럴을 실은 초대형 유조선(VLCC) 3척이 위치추적장치(AIS)를 끈 채 해협을 통과했고 이중에는 한국 해운기업 장금상선(시노코) 계열 선박도 포함됐다고 로이터통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가 인용한 선박 데이터업체 케이플러(Kpler)와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자료에 따르면 VLCC인 바스라 에너지는 지난 1일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의 지르쿠 터미널에서 어퍼 자쿰 원유 200만 배럴을 선적한 뒤 6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

이후 바스라 에너지호는 8일 해협 바깥쪽 오만만의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 석유터미널에서 원유를 하역했다.

푸자이라 석유터미널은 UAE가 해협 봉쇄를 우회하기 위해 육성한 원유 수출 거점이다. 다만 최근 이란 혁명수비대가 푸자이라 인근 해역까지 자국 통제 구역이라고 주장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바스라 에너지는 파나마 국적기를 단 선박이지만 실제 소유·운항은 한국 해운기업 장금상선(시노코) 계열이 맡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다만 실제 용선 계약 주체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해당 선박에 실린 어퍼 자쿰 원유는 UAE 국영석유회사 ADNOC가 생산하는 대표적인 해상 원유로, 황 함량이 비교적 높은 중간급(중질 계열) 원유다. 디젤·항공유·석유화학 제품 생산에 적합해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정유사들이 주로 수입한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장금상선이 전쟁 수주 전부터 VLCC를 공격적으로 확보해 이번 중동 위기의 최대 수혜자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다고 보도한 바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장금상선은 약 150척 규모의 슈퍼탱커 선단을 운영 중인 것으로 추정되며, 일부 빈 유조선을 페르시아만에 미리 대기시킨 뒤 전쟁 이후 급증한 저장·운송 수요를 흡수했다.

현재 일부 VLCC의 하루 용선료는 약 50만 달러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10배 가까이 치솟았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석유회사들이 유조선을 사실상 부유식 저장시설처럼 활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또 다른 VLCC인 '아기오스 파누리오스 I'과 '키아라 M'는 각각 이라크산 바스라 원유 200만 배럴을 싣고 11일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갔다.

두 선박 모두 선박 위치와 항로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자동식별장치인 AIS를 끈 상태로 운항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시장에서는 최근 이란의 공격 위험을 피하기 위해 유조선들이 암행 운항(dark transit)에 나서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아기오스 파누리오스 I은 베트남 응이선 정유·석유화학단지로 향하고 있으며 오는 26일 도착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선박은 지난 4월 17일 바스라 미디엄 원유를 적재한 뒤 최소 두 차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했다가 실패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또 다른 VLCC '키아라 M' 역시 AIS를 끈 채 걸프만을 빠져나갔지만 최종 하역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ADNOC와 원유 구매업체들이 중동 전쟁으로 걸프 지역에 묶여 있는 원유를 이동시키기 위해 최근 여러 유조선을 투입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