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3% 급등…트럼프 "이란 휴전협상 간신히 생명유지 상태"

호르무즈 봉쇄 장기화 우려 재점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이 이어지던 지난 3월 11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북부 라스알카이마에서 바라본 걸프 해역의 화물선들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을 지나고 있다. 2026.5.10.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국제유가가 3% 급등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휴전이 사실상 붕괴 위기에 놓였다고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 우려가 다시 커진 영향이다.

11일(현지시간) 브렌트유 선물은 전장 대비 2.92달러(2.88%) 오른 배럴당 104.2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65달러(2.78%) 상승한 98.07달러로 마감했다.

장중 브렌트유는 105.99달러, WTI는 100.37달러까지 치솟았다.

지난주에는 미국과 이란 간 휴전 기대감에 힘입어 두 유종 모두 주간 기준 약 6% 하락했었다. 시장에서는 10주째 이어진 전쟁이 끝나고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될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됐다.

하지만 분위기는 다시 급변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 휴전이 "생명유지장치(on life support)에 의존한 상태"라고 말하며 긴장 고조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미국이 제시한 평화 제안에 대한 이란 측 답변을 "멍청하다(stupid)"고 비판하며 "완전히 용납할 수 없다(TOTALLY UNACCEPTABLE)"고 밝힌 바 있다.

이란은 미국의 협상안에 대해 모든 전선에서의 전쟁 종식과 제재 해제, 해상 봉쇄 종료 등을 요구했다. 특히 전쟁 피해 배상과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주권 인정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라보방크의 플로렌스 슈미트 에너지 전략가는 로이터에 "시장의 서사가 불과 며칠 만에 다시 긴장 완화에서 긴장 고조 국면으로 바뀌었다"며 "유가 시장이 이에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주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의 베이징 회담도 주목하고 있다. 미국 당국자들은 양국 정상이 이란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즈호의 밥 요거 에너지선물 책임자는 "미중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미국이 긴장을 추가로 끌어올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사우디 아라비아 아람코의 아민 나세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두 달 동안 세계 시장에서 약 10억배럴 규모의 원유 공급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그는 "설령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리더라도 시장 정상화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JP모건체이스 분석가들 역시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되더라도 유가가 빠르게 정상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JP모건은 올해 남은 기간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안팎을 유지하고 2026년 평균 유가는 97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공급 차질도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 조사에 따르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4월 산유량은 하루 2004만배럴로 전달보다 83만배럴 감소하며 20여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 선박 추적업체 클레플러에 따르면 일부 유조선들은 위치추적장치(AIS)를 끈 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 척은 이라크산 원유를 싣고 베트남으로 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아제르바이잔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이 이르면 13일 일본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란 전쟁 이후 처음으로 일본이 확보한 비중동 원유 화물이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