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특권층만 인터넷 자유롭게 이용…선택적 차단에 불만 고조
'인증 필요' 무제한 유료 서비스, 가입비만 평균 월급 10%
혁명수비대 연관 컨소시엄이 통신사 소유…"사회 통제 수단"
-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이란에서 전쟁 이후 인터넷 차단 조치가 2개월을 넘어서면서 사상 최장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생계를 이어 온 서민들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일부 특권층은 값비싼 유료 프로그램을 통해 자유롭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어 불만이 커지고 있다.
10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이란은 반(反)정부 시위가 한창이던 지난 1월 8일부터 인터넷 차단 조치를 시작했다. 지난 2월 제한이 부분적으로 완화됐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2월 28일부터 다시 강화됐다.
사업자들이 인터넷 접속 제한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자, 2월부터 이란 최대 이동통신 사업자인 이란이동통신회사(MCI)가 유료 서비스 '인터넷 프로'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인터넷 프로는 통신사 차원에서 이른바 '화이트 SIM 카드' 등의 특정 SIM 카드나 모바일 계정, 혹은 기관을 국가의 인터넷 검열 시스템에서 면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VPN(가상사설망) 서비스보다 인터넷 연결이 안정적이고 해외 사이트에도 비교적 제한 없이 접속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사용자는 사업적·학술적·과학적 역할을 맡고 있음을 인증해야 한다.
요금은 연 50GB 패키지의 가격이 약 200만 토만(약 3만 7900원)이며, 이후 1GB당 4만 토만(약 760원)이 추가 부과된다. 가입비 280만 토만(약 5만 3000원)은 별도다. 해외 사이트 접속이 제한된 일반 인터넷 이용료는 1GB당 8000토만(약 152원)이다.
제한 없이 인터넷을 이용하려면 암시장에서 VPN 서비스를 50만~100만 토만(약 9500~1만 9000원)에 구매할 수밖에 없는데, 이마저도 전쟁 이후로는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이란인의 평균 월급은 2000만~3500만 토만(약 37만 9000~66만 30000원)이다.
이란 국내로 밀수된 스타링크 수신기를 통해 스페이스X 위성에 직접 연결하는 방식도 있지만, 적발 시 체포돼 국가 안보 관련 혐의로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MCI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긴밀히 연관된 컨소시엄이 소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CNN은 "(인터넷 프로는) 강경파와 IRGC가 이란에서 통제력을 행사하는 데 활용하는 또 하나의 무기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인터넷 프로 도입 계획은 2월에 최고국가안보회의의 승인을 받았지만, 온건 개혁파로 꼽히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이란 정부는 이에 반대했다.
페제시키나 대통령실은 지난달 사람들의 글로벌 인터넷 접속 제한은 불공정하며, 정부 기관들이 그러한 시스템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사타르 하셰미 이란 통신부 장관 역시 고품질 인터넷 접속은 모든 이란인의 권리라고 주장했다.
반면 강경파들은 해당 정책을 지지해 왔다. 사이버공간 통제 관할 기관을 운영하는 모하마드 아민 아가미리가 그중 한 명이다. 아가미리는 시위 진압 과정에서의 인권 침해 혐의로 2023년 미국과 영국으로부터 제재를 받기도 했다.
이란 반(半)관영 파르스 통신이 인용한 익명의 이란 관리는 "일시적인 제한 조치의 이유는 국가 핵심 기반 시설에 대한 파괴적인 사이버 공격의 재발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인터넷 프로는) 교수, 의사, 기자, 프로그래머 등 특정 직군에 최소한의 지장만 주면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위기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인터넷 프로를 이용할 수 있는 SIM 카드가 암시장에서 판매되기 시작하는 등, 일부 특권층이 인터넷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금전적 이득까지 취하려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공분이 커지고 있다.
이에 온건파 정당·단체 연합인 이란개혁전선은 대중적 지지를 겨냥, 차별적 인터넷 접근 조치가 "VPN 암시장을 지속시키고 국민의 고통을 착취하는 것으로 널리 인식되고 있으며, 불공정하다는 인식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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