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2차 협상' 앞두고 기싸움…호르무즈 압박 속 출구도 제시

美 '역봉쇄'에 "휴전 깨질 수도"…핵 쟁점·레바논 변수도 여전
중재국 파키스탄 "양국 모두 대화 의지"…이르면 주말 열릴듯

지난 3월 11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라스알카이마 북부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 인근 페르시아만의 화물선. 2026.04.15.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이란이 미국과의 2차 협상을 앞두고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전면에 내세워 대미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다만 이란 측은 미국의 해협 '역봉쇄'엔 강하게 반발하면서도 협상 타결시 오만 측 항로를 열 수 있다는 입장도 미국 측에 전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런 가운데 파키스탄 측은 미·이란 양국 간 소통 채널을 유지하며 중재를 이어가고 있다.

파키스탄 외무부는 16일(현지시간) "미국과 이란 모두 대화 의지를 갖고 있고 협상 과정이 계속되고 있다"며 "양국 간 소통 채널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미·이란 양국 정부 발표와 관련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미·이란의 2차 종전 협상은 이르면 이번 주말쯤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이날 2차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파키스탄 외무부는 이날 "2차 협상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2차 협상 장소로는 지난 1차 협상(11~12일)과 마찬가지로 중재국인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에 앞서 로이터통신은 미국과 이란 대표단이 이르면 이번 주 후반, 금요일부터 일요일 사이 이슬라마바드로 복귀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미 백악관 또한 2차 협상이 파키스탄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힌 상태다.

이에 파키스탄도 2차 협상을 앞두고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이 전날 이란 수도 테헤란을 찾아 남은 이견 조율에 나선 것이다. 다른 중재국들 또한 미·이란 간 '2주 휴전'이 만료되는 오는 21일 전까지 2차 협상을 성사하기 위해 물밑 접촉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휴전 연장 여부와 협상 재개 시점을 둘러싼 각국의 메시지는 조금씩 엇갈리고 있다. 협상장에 나오기 전 최대한 지렛대를 확보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이란 고위 당국자는 파키스탄 무니르 총장이 전날 테헤란을 방문해 미국 측 의중을 전달한 것이 일부 분야에서 이견을 좁히고 휴전 연장 및 2차 협상 개최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면서도 "농축우라늄 처리 방향과 핵 제한 조치 적용 기간은 미해결 쟁점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오른쪽)이 15일(현지시간) 테헤란 공항에서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을 맞이하고 있다. 202556.04.16. ⓒ 로이터=뉴스1

이란 측 설명대로 미·이란 2차 협상에서도 핵심 쟁점은 여전히 이란의 핵 개발 프로그램과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이 될 전망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은 앞서 이란 핵 활동의 20년 중단, 이란은 3~5년 중단을 각각 제안해 이견을 보였고, 이란 내 농축 핵물질의 국외 반출과 대이란 제재 해제 여부에 관해서도 타결하지 못했다.

여기에 미국이 이란 항만 기항 선박을 겨냥한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에 나선 데다, 이란산 원유 구매국에 대한 2차 제재 가능성까지 거론하면서 협상 환경은 더 거칠어지고 있다.

이에 이란은 2차 협상을 앞두고 강경 카드와 유화 카드를 동시에 꺼내든 모습이다.

로이터는 이란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재충돌 방지 합의가 이뤄질 경우 호르무즈 해협 오만 측 수역을 선박들이 이란의 방해 없이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최근 통행료 부과나 해협 주권 강화 같은 강경 구상에서 한발 물러선 첫 가시적 조치로 해석된다. 그러나 실제 적용 범위나 미국 측의 수용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이란의 군사적 경고음도 낮아지지 않고 있다. 이란 합동군사령부는 "미국의 봉쇄가 계속되면 걸프만과 오만해, 홍해의 무역 흐름을 멈추겠다"고 경고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이란 외무부도 이날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국제법상 불법적인 도발적 행위"로 규정하며 이 조치가 양국 간 휴전을 파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란 최고지도자의 군사고문 모흐센 레자이는 국영TV를 통해 "트럼프가 호르무즈 해협의 경찰이 되려 한다"고 비판하면서 미군 함정이 미사일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반관영 ISNA 통신과의 인터뷰에선 "미국의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며 "협상 조건은 결코 양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맞서 미국도 이란산 원유 거래에 대한 한시적 제재 완화 조치를 19일 부로 종료하고 금융 제재도 확대하기로 하는 등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미국과 이란의 평화 회담이 진행된 지난 11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거리 곳곳에 미국과 이란의 협상을 홍보하는 포스터들이 붙어 있다. 2026.04.12 ⓒ 로이터=뉴스1

미국 측은 중동 일대 군사력 증강도 병행하고 있다. 앞서 미군은 '에이브러햄 링컨'(CVN-72)과 '제럴드 R. 포드'(CVN-78) 등 2척 해군 항공모함을 중동 인근에 배치했으며, 현재 '조지 H.W. 부시'(CVN-77) 항모가 약 6000명의 병력과 함께 중동으로 이동 중이다.

이달 말쯤엔 미 해군·해병대 상륙준비단 4200명이 추가로 현지에 도착할 것이란 보도도 나오고 있다.

미·이란 양측 모두 협상 재개를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봉쇄와 제재, 항로 통제 등 문제를 놓고 정면 기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레바논 전선'도 미·이란 간 2차 협상의 변수로 남아 있다. 이스라엘 측은 미·이란 휴전 합의와 별개로 레바논 내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을 이어왔다.

이에 대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이 평화 기대를 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 측은 "레바논과 접촉하며 휴전 약속이 모든 전선에서 준수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주변국들의 요구로 이스라엘도 헤즈볼라와의 휴전에 관한 논의에 착수했으나, 군사작전은 아직 중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이 문제가 미·이란 협상 재개의 전제 조건으로 다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모하마드 바케르 갈리바프는 이란 의회 의장은 이날 소셜미디어 X를 통해 "어떤 휴전 합의에도 레바논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며 "미국은 합의에 충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따라 미·이란 간 2차 협상에서 사태 해결을 위한 '돌파구'가 마련되려면 이란 핵 문제와 레바논 변수, 호르무즈 항로 문제 중 최소 하나에서라도 가시적인 절충이 이뤄져야 할 것이란 시각이 많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