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궁Ⅱ' 좀 빨리 달라" 사우디, 韓에 요청…UAE도 추가 도입

WSJ "美·이란 전쟁에 걸프국 방공무기 재고 소진"
"재무장 위해 한국·우크라·영국으로 조달 다변화"

지난 3월 9일 오후 대구 K2 공군기지에서 아랍에미리트(UAE) 공군 C-17 수송기에 천궁-Ⅱ 유도탄으로 추정되는 물자를 싣는 모습이 포착됐다. 2026.3.9 ⓒ 뉴스1 공정식 기자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미국과 이란의 지난 6주간 전쟁으로 중동 지역 방공무기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면서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 등 걸프 주요국이 미국 중심 무기 조달 구조에서 벗어나 한국과 영국, 우크라이나 등으로 공급선을 다변화하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들 국가는 즉각적인 재무장을 위해 한국산 미사일 방어체계와 우크라이나산 요격 드론, 영국산 저가 미사일, 미국산 개틀링건 등 장비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WSJ에 따르면 사우디 측은 최근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을 생산하는 일본 측과 접촉하는 한편, 한국 방산 업체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LIG넥스원에도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체계 '천궁Ⅱ'(M-SAM)의 조기 인도 가능 여부를 타진했다고 소식통들이 전했다.

UAE는 앞서 이란의 공습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천궁Ⅱ를 실전 운용해 96%의 요격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UAE 측은 한국 측과 천궁Ⅱ 등 무기의 추가 도입 문제도 협의 중이라고 소식통들이 전했다.

아울러 걸프 국가들은 영국 케임브리지 에어로스페이스로부터도 소형 저가 미사일을 공급받을 예정이라고 영국 국방부가 밝혔다.

걸프 국가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 방산업계 생산 능력의 한계와도 관련이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그 수요가 급증했지만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란 게 WSJ의 설명이다. 실제 스위스는 2022년 미국 측에 발주한 패트리엇 5기의 납기가 계속 미뤄지자 주문 취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천궁-II’ 발사대. (한화디펜스 제공) 2022.1.17 ⓒ 뉴스1

이런 가운데 걸프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와의 방산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사우디와 카타르는 각각 우크라이나와 방산 협력 협정을 체결했으며, UAE도 관련 협정 체결을 논의 중이다.

걸프 국가들은 우크라니아 측에 드론과 전자전 장비 확보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측도 러시아와의 전쟁에 따른 자국 내 수요 탓에 수출 여력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라고 WSJ가 전했다.

이에 미국의 걸프 동맹국들은 미국과의 협력은 유지하되, 당장 30~90일 안에 받을 수 있는 장비를 중심으로 조달 다변화에 나선 분위기다.

걸프 국가 관계자들은 최근 영국군 기지에서 열린 방산업체 측에 "앞으로 30일, 60일, 90일 안에 무엇을 납품할 수 있느냐"고 직접 물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업체 측에선 "영국·우크라이나·걸프 지역의 동시 수요를 어떻게 감당할지"에 대한 고민을 토로했다고 한다.

WSJ는 이번 사태가 이란의 보복 공격 규모를 걸프 국가들과 미국 모두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저가 드론이 대규모 공습의 새로운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ys4174@news1.kr